서울 서부지검이 31일 태광그룹 수사결과 발표를 마지막으로 5개월간 의욕적으로 나섰던 기업 사정수사를 마무리했다. 수사 기간 동안 430여명의 관계자를 소환하고 18번의 압수수색과 23번의 계좌추적 등 특수수사팀에 소속된 12명의 검사가 밤잠을 줄여가며 수사한 결과가 드디어 나온 것이다. 이번 수사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회사 재산을 빼돌리고 이를 경영권 승계에 활용한 기업인들의 구태가 또다시 드러났다.
이러한 수사팀의 노고에도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는 사실 만족스럽지 않다. 기업비리와 자연스레 연결되는 정ㆍ관계 로비 정황은 수사 결과에 전혀 포함되지 않은 탓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차명으로 회사를 보유하고, 계열사를 동원해 차명회사에 이익을 몰아준 동안 기업의 불법행위를 감시해야 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은 무엇을 한 것인지, 혹시 이들과 기업의 유착관계가 없는지는 수사 결과에 나와 있지 않다.
특히 태광그룹은 최근 의욕적으로 방송, 금융 등 신사업에 진출한 회사로, 비자금을 방송통신위원회나 국세청 등에 로비할 때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많았다. 하지만 검찰은 “제기된 각종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물증이 없고 내부 고발자의 진술에서도 혐의를 밝힐 수 없었다”고 발표하는 선에서 마무리해버렸다.
물론 검찰이 장기화하는 기업 수사에 심적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수만명의 먹을거리를 책임진 기업이 검찰 때문에 경영적 판단을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감내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또 좌장인 남기춘 서부지검장이 용퇴해 수사의 동력이 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특수ㆍ금융통인 남기춘 지검장-봉욱 차장-이원곤 부장의 조화, 그리고 대검의 전폭적인 지지 등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기업 수사치고는 결과물이 국민적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검찰이 밝힌 대로 기업 수사로 ‘선진 기업문화 정착’을 시키고 싶다면, 기업 비리만 엄단할 것이 아니라 기업과 연결된 정ㆍ관계 연결고리까지 끊어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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