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s for starting

<Campus Editor 이수연>꼬물꼬물 가슴 뛰는 3월, 무엇이든 시작하기 좋은 계절이다. 당신의 시작을 응원하며 에디터가 책장에서 뽑아낸 참 괜찮은 글귀를 모았다.

1. Love

하도 사랑, 사랑하기에 그것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기에

난리냐 싶어 사랑을 해봤지만 그 감정 별 것 아니던데, 라고

말하면서도 사랑 없이 못 사는 것이 사람인지라. 누군가 사랑,

그것은 말이야, 서두를 떼기만 해도 또다시 두근거린다.

사이토 다카시『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中

끝나버린 사랑의 잔상 속에서 긴긴 겨울을 버티며 이제는 내 심장도 무뎌졌다 생각했을 당신. 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오산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혀끝으로 가만히 굴려보는 순간, 어리석게도 또다시 가슴이 뛸 테니까.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이라는 감정 그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아닐는지. 올봄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시랑은 시작된다.

2. Study

너는 말이다. 한 번쯤 그 긴 혀를 뽑힐 날이 있을 것이다.

언제나 번지르르하게 늘어놓고 그 실천은 엉망이다.

오늘도 너는 열여섯 시간분의 계획을 세워놓고

겨우 열 시간 분을 채우는 데 그쳤다.

쓰잘 것 없는 호승심(好勝心)에 충동된 여섯 시간을 낭비하였다.

이제 너를 위해 주문을 건다.

남은 날 중에서 단 하루라도 그 계획량을 채우지 않거든

너는 이 시험에서 떨어져라.

하늘이 있다면 그 하늘이 도와 반드시 떨어져라.

그리하여 주정뱅이로 떠돌이로 낯선 길바닥에서 죽든 일찌감치 독약을 마시든 하라. 이문열『젊은 날의 초상』中

조금은 섬뜩할 정도의 경고성 다그침. 수험생 시절 플래너 앞에 저 구절을 붙여놓고 스스로 매일 다그치던 적이 있었더랬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그때 그렇게까지 아등바등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지만, 만약 그 시간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조금 더 초라하지 않았을까. 이제 막 무언가를 향해 정진하려는 당신이라면, 조금 더 독해질 필요가 있다.

3. Travel

언젠가 생각보다 꽤 많은 미국인이 자기가 태어난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고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넌 그렇게 되지 말기를...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둬. 길은 언제나 우리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떠나는 건 우리의 진심이야.

돈, 시간 그리고 미래 따위를 생각하면 우린 아무 데도 갈 수가 없으니.

네 얼굴을 닮은 꿈과 네 마음을 닮은 진심을 놓치지 않기를… 김동영『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中

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내가 떠나야 할 이유보다 떠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많아지는 순간이 있다. 여행을 선택함으로써 잃게 되는 것들과 지금 내 눈앞에 해야 할 것들이 더 크게 다가올 때 우리는 떠날 수 없게 된다. 그럴 땐 이미 떠나본 절대 다수의 여행 선배들이 왜 ‘이것저것 재지 말고 무조건 다녀오라’고 말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여행의 시간은 결코 사치나 낭비가 아니다. 여행이란, 지금 이곳의 삶을 더욱 잘 살기 위한 재료들을 구하러 가는 일이기 때문에.

4. Filial Duty 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

두둑이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

솜 치마 좋다시더니 보공되고 말아라.

정인보『자모사』中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서 이 시조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뒤통수를 쿵 치는 것 같던 느낌을 잊을 수 없다. 자식들 다 따뜻하게 입히고도 좋은 것이라 당신은 차마 입지 못하고 아껴두었던 솜치마가 결국 새것 그대로 보공으로 쓰이고 말았다니. 효도만큼 나중으로 미루기 쉬운 것이 또 있을까 싶다. ‘이담에 돈 많이 벌면, 성공하면 그 때 가서 해야지. 지금은 어쩔 수 없으니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세월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흐르고 우리는 그 시간 앞에서 무력해질 것이다. 효도는 내일 크게 하는 게 아니라 오늘 당장 시작해야 할 일이라는 걸 우린 쉽게 잊고 산다.

<For Tomorrow’s Leaders 캠퍼스헤럴드(http://www.camhe.co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