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 날개에 숨긴 칼 (5)

글 채 희 문/그림 유현숙

“알았어, 아기를 만들어 보자고. 하지만 당신과 나의 2세를 러브호텔에서 만들긴 싫어. 나중에 우리 아기의 맑은 눈동자를 보며 퀴퀴한 호텔방을 연상하긴 싫다고.”

유호성은 일단 이런 식으로 어깃장을 놓았다. 그러나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고 대충 발뺌하려다가 오히려 덜미를 잡히는 격이 되고 말 줄이야.

“그럼 말 나온 김에 무인도로 떠나요. 얼마 전에 빌딩을 소유한 늙은 부자 한 명이 느닷없이 무인도에 가자고 날 꼬이더라고요. 100만원만 지불하면 사흘 동안 섬을 빌려주는 곳이 있대나? 거기에서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자기랑 사흘만 같이 살재요. 주제도 모르고 꼴값을 떠는데…”

김지선은 핸드백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이리저리 화면을 터치하며 지도를 띄워놓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목포에서도 여객선을 타고 한참을 나간 뒤에 다시 쪽배로 갈아타야만 도달할 수 있는 작은 무인도 사진이 확대되어 떠올랐다.

“어떤 미친 영감이 자기를 꼬여?”

“신경 꺼요. 주책없는 꼰대일 뿐이야. 덕분에 좋은 정보를 알아냈잖아요. 사랑의 무인도!”

“사랑의 무인도? 지금 당장에 그리로 가자고?”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하다못해 조카 연필이라도 깎아야지, 말 나온 김에 당장 이리로 떠나는 거예요. 아무런 준비물도 필요 없어요. 오히려 다 버려야 돼요. 섬에 내리자마자 우리는 아담과 이브가 되는 거라고요. 큼직한 호박잎 두 장으로 위, 아래를 가리면 될걸요? 참, 오빠는 깻잎 한 장만 있어도 되겠다.”

이런 경우에 보통사람들은 미치고 환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김지선과 유호성은 이미 평범한 사람의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였다. 그녀는 재벌2세와 온전히 얽히기 위해 이를 악문지 오래였고, 그는 잔뜩 부풀려놓은 허세 속에서 헤매며 꿈과 현실을 착각한지 오래기 때문이었다.

“정말 그런 곳이 있어? 우와! 신 나겠는걸? 무인도에 우리 둘이서… 호박잎으로 아랫도리만 가리고… 와!”

“오빠는 깻잎으로 가려도 충분하다니까요?”

“깻잎? 히히히… 그건 그렇다 치고, 밥은 어떻게 먹어? 설마 토끼 사냥하고 낚시로 물고기 잡아먹는 건 아니겠지?”

“2박 3일 동안 오빠와 내가 사랑으로 충만해서 원초적인 차림으로만 뒹굴 텐데 배고플 리가 있겠어요? 이슬 마시고, 아지랑이 먹으면 되지.”

“아하! 그렇군. 새벽에 별을 보면서 응응! 하면… 죽이겠다.”

“그래요, 오빠. 당장 그리로 가요. 긴 밤 동안 자연 속에서 뒹구는 거야. 그러다가 새벽이슬을 맞으면서… 하는 거예요. 우리들 벗은 몸 위로 달빛이 흐르겠지요? 어쩌면 별이 우박처럼 쏟아질 지도 몰라. 주위에서 들개, 부엉이, 생쥐… 이런 친구들이 구경할지도 모르지만, 아무러면 어때? 마음 놓고 신음해도 되고, 비명을 질러도 되고…”

“정말 환상적이다. 백사장에서도 해보고, 바위에서도 해보고, 나무둥치 잡고 엎드려서도 해보고…”

“그래요, 자연 속에서 짐승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보는 거야. 자연의 새벽 정기를 받으며 우리 2세를 잉태해요.”

세상에,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김지선의 화끈한 제안에 유호성은 벌써부터 몸이 달아오를 뿐이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2박 3일 동안 그녀와 함께 알몸으로 뒹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이미 아담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 그럼 어서 예약해. 즉석에서 100만원 쏘아 주자고.”

세상이야 어찌 돌아가든지… 유민 제련그룹을 대표하는 5개국 관통 랠리의 대표 드라이버 유호성은 이런 식으로 노세, 노세, 젊어 노세! 를 구가하는 중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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