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5일(현지시간)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세계 금융시장에 미국발 후폭풍이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금융시장은 충격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대폭락을 겪고 주초 반등을 기대했던 국내 주식시장은 ’블랙 먼데이’의 우울한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S&P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한단계 강등했다. 미국의 부채상한 증액 타결안이 재정적자를 줄이기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S&P는 1941년 이후 70년 동안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수준인 ’AAA‘로 유지해왔다.
S&P는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최근 증세에 합의하지 못한 점을 반영했으며, 증세는 중기적으로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필수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계 최고 경제대국인 미국의 국채 신용등급은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보다 낮아지게 됐다.
S&P는 향후 12~18개월 내 신용등급을 추가 강등시킬 수 있다며 미국의 신용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국제 신평사들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여러차례 경고했지만 시장에서는 실제 강등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측해왔다.
미국의 신용등급은 전 세계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미국발 악재는 국내 투자심리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70년 동안 S&P에서 최고 수준 등급을 받아온 미국이 흔들린 만큼 다른 나라는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험자산 성격이 강한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른 속도로 유출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한국 증시는 대외 의존도가 높아 미국의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는 만큼, ’블랙 먼데이’가 우려된다는 얘기다. 국내 증시는 지난주 말 10%넘게 폭락하면서 아시아에서 낙폭이 가장 컸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은 사상초유사태라 전 세계 금융시장에 혼란이 올 수 있다”며 “모든 나라, 모든 자산의 기본이 미국 국채였는데, 이를 강등했다는 것은 모범답안이 바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대외의존도가 상당히 높고 투자심리도 상당히 악화돼 현재 충격이 좀 더 지속될 것”이라며, “월요일에 ‘블랙 먼데이’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충격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반해 미국 등급 강등이 이미 지난주 국내 금융시장이 선반영된 부분이 있어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무디스와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추가로 강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다 금융시장이 선반영한 부분이 있어서 파급력이 아주 크지 않을 전망”이라면서 “신용등급 강등 얘기가 나오는 와중에도 미국 국채금리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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