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LEGO). 대형 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아이를 둔 부모라면 자녀에게 레고 장난감을 사준 경험이 있을 것이고, 다들 어렸을 때 한 번씩은 레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덴마크의 대표 제조기업인 레고는 2015년 총 매출이 6조원이 넘고, 이 중 당기 순이익은 1조6천억원 수준이다. 국내 대기업과 비교하면 규모가 아주 큰 회사는 아니지만, 이익 마진율은 25%가 넘는 탄탄한 회사이다.

지금은 세계 최대 완구 회사가 되었지만, 80여년전 초창기 레고는 나무 장난감을 만들어 팔던 작은 회사였다. 1940년대 등장한 플라스틱이라는 신소재에 영감을 받은 레고 창업주는 호환 가능한 기본 블럭을 조립해서 모든 사물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는 레고를 만들어 내었다.

레고의 핵심 강점은 bottom-up 방식의 아이디어 채용이다. 레고는 쉬지않고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는데, 어떤 제품을 만들지 결정하는 것은 경영진이 top-down 방식으로 하지 않는다.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과 조사원들이 장난감 가계 등에서 어린이들을 상대로 직접 인터뷰를 해서 아이디어를 도출한다.

최근에는 LEGO ideas라고 해서, 전세계 사용자들의 아이디어를 받아 실제 제품 출시로도 이어지고 있다. 사용자가 만든 새로운 레고 작품을 인터넷으로 올리고, 다른 네티즌들의 투표로 좋은 평을 받으면, LEGO사에서 검토 후 공식 신제품으로 출시한다. 신제품에는 발명자의 이름이 찍히고, 관련된 모든 판매액의 1%를 발명자에게 지급한다.

이런 bottom-up 방식의 아이디어 수렴으로, 80년이 된 플라스틱 장난감 회사는 지금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전세계 장난감 산업은 성장을 거의 멈춘 반면, LEGO사만이 독보적으로 매년 20-30%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필자는 레고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국내 과학 기술계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본다. 더 이상 정부 관료나 정책 입안자들 수준에서 내려오는 top-down 방식으로는 혁신을 가져올 수 없다. 사회에 이슈가 있을 때마다 대형 국책 과제가 만들어져서 학교나 연구소로 내려오는 과거 방식으로는 새로운 과학 기술을 국내에서 만들어 내기 어렵다. 연구자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원하는 연구 주제를 제안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해 볼 수 있게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국내 연구비 수준은 규모가 작지 않다. 14년도 기준 R&D 비중은 세계 1위인 4.3%를 기록했고, 절대 규모로는 세계 6위이다. 하지만 연구비가 효과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분배가 안되다 보니, 일부 정치력을 발휘하는 연구자나 특정 연구 분야에만 과도한 연구비가 흘러갔다. 연구소 운영이라는 생존의 문제가 눈 앞에 있다 보니, 창의적인 연구 주제를 상상하는 것이 사치가 되어버린 경우가 다반사이다.

2016년 현재 국내 기반 산업이 목도하는 현실은 매우 절박하다. 당장 1-2년 후 경쟁력을 가진 산업이 남아있을지 자문하면 암울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bottom-up방식의 창의적인 연구가 잘 뿌리 내려서, 국내 신 산업 발굴로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효과적인 시스템 운영과 불필요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지난 5월에 청와대에서 있었던 과학기술전략회의 내용은 이러한 상황을 바르게 진단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문제는 실행이다.

플라스틱 완구 제작이라는 전통 산업에서도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다루면서 독보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국내 과학 기술계와 산업계가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어 내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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