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에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49)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 때만 해도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얘기는 전혀 없었다. 다만, 정치권에서 내년 총선 등을 앞두고 서로 영입하려 한다는 소문들만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터였다. 해서 인터뷰 중간 중간에, 정치인 또는 행정가로의 변신 가능성을 질문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번 서울시장 후보 사퇴?(그는 출마 선언을 한 적도 없다)의 결론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는 느낌이다. 그 때 녹취록을 다시 꺼내 들여다 보았다.
“제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루려고 아등바등 노력했던 기억은 전혀 없어요. 하고 싶은 일,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만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안 원장은 주변의 시선보다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따르는 사람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당신 아니면 아무도 없어”라는 감언이설과, 충분히 고무될 정도로 주변의 천거와 설득, 압력이 있었음에도 그는 지금 가고 있는 자신의 길에서 이탈하지 않기로 했다.
“뭔가를 이루려 계획하기 보다는 매 순간 열심히 살다 보니 기대하지 않았던 기회들이 성큼 다가왔다고나 할까요. 현재를 열심히 즐기다 보니 미래가 오던 걸요” .안 원장은 스스로를 ‘도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목표지향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목표 자체를 정하지 않으니 그 목표를 향해 무리할 일도 없다는 얘기다. 서울시장직 역시 마찬가지였으리라. 서울시장에 도전한다는 자체가 그에게는 목표가 아니었을 수도 있었겠다. 나중에야 어찌 될 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할수록 제 자신만 힘들어지더라고요. 남들이 다 위만 보고 갈 때 나라도 가끔 아래를 내려다보자 생각했죠.” 힘들고 지칠 때 마다 안 원장이 버팀목처럼 붙잡았던 인생철학이 바로 ‘절대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한다. 내가 누구보다 더 훌륭하고 능력이 있고 하는 따위의 비교 자체가 사람을 정치적으로 만들고, 결국은 자신을 초라하고 비이성적인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반성이리라. 해서 그는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했다.
“정치라는 게 혼자서는 결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것인데 나와 같은 생각 갖고 있는 사람 만나는 거 대단히 어려운 일 입니다. 하지만 교수는 작은 부분이지만 혼자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있더라고요.” 안 원장은 교수라는 자리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정책 당국자들도 교수 말에는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 개개인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 시장 자리도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좋은 자리라고 여겼을 법 하다. 명예가 탐이 났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는 서울 시장의 한계를 함께 절감했을 지 모른다. 안철수 서울시장으로서의 한계. 아직은 세도 없고, 거품과 같은 높은 인지도 만으로 선뜻 정치권에 뛰어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일보다는 오늘을 위해 살자’는 그의 인생관도 그렇게 그를 유도했을 법 하다.
“결정은 혼자 오래 고민해서 내리는 편입니다. 대신 기준은 늘 같았어요. 나에게 더 의미 있고, 내가 계속 열정 갖고 할 수 있고,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그의 판단 기준에는 늘 사람이 가장 위에 위치한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소중해지는 것 역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에 대한 사랑. 그는 비록 폭넓은 교우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번 “내가 배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누구든 깊이있는 만남을 갖는다. 박원순 씨 역시 포스코에서 사외이사를 같이 하면서 보았던 박 변호사의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에 존경심을 갖게 되었으리라.
다행히도(?) 안 원장은 서울시장 후보군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정치에서 의미를 찾기 보다는(서울시장이 행정직이니 정치와 다르다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사업이나 교육 쪽에서 의미를 찾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진흙탕 같은 정치판에 끌려들어갔다가 망가지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아 왔다. 안 원장처럼 순수한 사람에게 바람을 넣어 넘어뜨리는 우를 누구도 범하지 않길 바란다.
조진래 기자/jjr@heral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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