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름알데히드에 절인 상어를 800만달러에 판다면 뭇 사람들은 ‘흰수작’이라 여길 것이다. 하지만 미술시장에선 이러한 ‘뻥튀기’도 그다지 희떠운 짓이 아니다.
천문학적 액수의 걸작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문화사회학자인 세라 손튼은 ‘걸작의 뒷모습’(세미콜론)에서 옥션, 아트페어, 비엔날레, 아틀리에 등 미술계 ‘선수’들이 활약하는 ‘필드’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친다.
그중 세계적 옥션, 크리스티의 이브닝 세일 현장에 대한 묘사는 경마 중계를 방불케 한다. 걸작을 낚으려는 컬렉터와 컬렉터를 낚으려는 경매사. 욕망과 전략이 경합하는 경매장은 흡사 콜로세움 같고 추리소설 같다.
미학적 가치를 비평이 아닌 산술로 따지는 경매장에서 저자는 “생각하는 행위보다 구매하는 행위가 훨씬 더 미국적”이라는 앤디 워홀의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미국적 풍경은 세계적 풍경이 된 지 오래다.
한편 미학과 화폐 사이에서 발생하는 비틀림에서 누군가는 저속한 자본주의의 수컷 냄새를 맡고, 부르디외가 말한 계급적 문화취향 ‘아비투스’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대한 가치 판단보다 오늘날 미술 생태계에 대한 해부학적 묘사에 골몰한다.
비평에 어섯눈 뜬 미술학도의 심미안은 어떻게 영글고, 미술상은 어떤 식으로 권위를 유지하며, 미술계 ‘블루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저자는 4년간의 취재를 통해 비밀스러운 미술계의 속살을 구김살마저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아울러 미술계에서 필요한 재능이란 예술적 눈썰미뿐 아니라 회계사적 분석, 승부사 기질, 언론 플레이와 마케팅 능력까지도 아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데미안 허스트의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이란 제목의 상어 절임이 왜 800만달러에 팔렸는지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걸작의 뒷모습 (세라 손튼 지음/이대형, 배수희 옮김/세미콜론)
<김기훈 기자@fumblingwith>
/kihu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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