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경제대국 독일과 프랑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여파로 돈가뭄에 시달리는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나선다. 유로존 위기가 금융권으로 빠르게 전이되자, 이를 막기 위한 선제조치로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유동성 위기를 겪는 은행들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이를 위해 유로존 금융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는 포괄적인 방안을 이달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포괄적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 은행의 자본 재확충, 유로존내 경제협력 가속화, 그리스의 부채 문제 처리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은행의 자본 재확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며 “독일과 프랑스는 양국이 수용할 수 있는 기준이 적용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모든 은행의 구제 여부에 대해서는 “역내 모든 은행은 유럽은행청(EBA)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협조하에 만들어진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르코지 대통령도 “우리는 프랑스와 독일이 유로존 안정화에 책임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앞서 이달말까지 지속가능하고 포괄적인 해답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번 합의의 구체적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현재로선 합의 내용을 자세히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프랑스와 독일이 합의했다는 게 전부”라고 일축했다.

그동안 두 나라는 은행권 자본 확충 등 현안에 대해 큰 틀에서는 동의하지만 방법론을 두고 이견을 드러내며 대립해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은행 구제를 위해서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의 기금을 좀더 탄력적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해온 반면, 메르켈 총리는 ”은행 스스로 자금을 늘려야하고 해당 국가가 감당할 수 없을 경우에만 EFSF 기금을 쓸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양국 정상의 합의는 유럽 은행권의 심각한 상황을 드러낸 동시에 이에 대한 지원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유로존 정상들에게 ’유로존 위기 해결을 위해 즉각 행동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캐머런 총리는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경제적 파국을 피할 시간은 몇 주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유로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결정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독일과 프랑스에 양국 입장차를 접고 유로존 위기 해결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요청했다.

캐머런 총리는 유로존 회원국들이 ’집단적 책임’을 받아들여야한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로존 정상들에 적극적으로 압력을 가해야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 그리스 위기의 전이를 막으려면 현재 4400억유로 규모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도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유로존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장기적으로 유럽연합(EU)헌법을 개정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