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여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답답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강행처리할 경우 예산안처리와 각종 민생법안이 표류하는 등 국회파행을 겪을까 안절부절하고 있다. 비준안 처리는 본회의가 예정된 오는 10일, 또는 24일로 예상되고 있지만, 아예 다음달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참모들 사이에서는 “국익을 내팽겨친 무책임한 야당, 추진력 없는 여당”이란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입장에선 FTA 비준안 처리 지연으로 입게 될 정치적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표방한 ‘일하는 정부’ 구상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내년 총ㆍ대선을 감안하면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기간은 길게 잡아 5개월.
이 대통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FTA는 물론 국방개혁과 각종 민생현안들을 일괄 처리, 사실상 국정 현안을 마무리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FTA가 출발 선상에서부터 삐걱거리면서 국방개혁과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감기약 슈퍼판매 등 그동안 공들여온 국정 현안들이 모두 먼지를 뒤집어 쓴 채 국회 문밖을 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 공회전으로 국정 장악력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가 선거정국에 매몰돼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있다”면서 “청와대가 개입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고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특히 FTA 비준을 통해 기업환경 개선과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MB노믹스의 위상을 바로 세운다는 밑그림을 그렸으나 국회의 몸싸움으로 이마저도 불투명해졌다.
국회는 4일 상임위별로 소관 부처ㆍ기관에 대한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들어갔지만 FTA 비준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기국회 예산안 심사의 핵심은 20조원에 달하는 한미FTA 피해보전대책.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예결위가 무산되거나, 열리더라도 FTA 비준안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에선 손댈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여당이 비준안을 강행처리할 경우 국회 파행은 불가피하다.
민생법안에 대한 처리도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생발전’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학력차별금지법, 전월세 안정화 관련 민생법안 등은 처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양춘병ㆍ조동석 기자/dscho@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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