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실무형(전문경영인) 부회장’ 시대가 만개했다.
연말 잇따르고 있는 재계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실무형 부회장의 급부상이다. 부회장이라는 직책의 역할과 위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2선으로 물러나는 전문경영인에게 예우차원에서 부회장 직함을 달아주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룹 총수 형제 및 친족들이 독차지하는 사례도 많았다. 특히 재벌 2ㆍ3세들이 총수 자리에 오르기 전 경영수업을 받는 자리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실제 경영을 책임지며 활발한 활동을 하는 실무형 부회장이 대거 발탁되고 있다. 이른바 ‘부회장의 재발견’이다.
이 같은 트랜드의 변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기침체 상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위기관리 차원의 경험이 많은 ‘시니어급 전문 경영인’ 중용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시니어 리더십’을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금융위기 및 경기침체 상황에 대한 위기 대처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CEO에 올랐다. 금융위기 파고를 헤쳐나간 풍부한 경험을 살리고, 미래에 대비한 신성장동력을 적극 육성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여기에 차세대 오너십 기반을 구축하는 데도 일정 역할까지 부여받은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삼성그룹 뿐아니라 LG그룹, 동부그룹, GS그룹 등 주요 그룹들은 2012년 인사에서 전문경영인 부회장을 대거 발탁하며, 경영 전면에 포진시켰다. 삼성그룹은 ‘중핵 경영진’을 보강하기 위해 권오현 삼성전자 DS사업총괄 사장과 정연주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부회장단 수를 늘렸다.
이윤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상임고문으로 물러난 것을 감안하면, 김순택 삼성미래전략실장(부회장),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중국본사 강호문 부회장을 포함, 부회장이 기존 4명에서 5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특히 중국본사 강호문 부회장을 삼성전자로 이동시키면서 삼성전자에는 부회장만 3명이다.
삼성 관계자는 “부회장단의 풍부한 경험과 검증된 성공방정식을 젊은 리더들의 창조적인 에너지와 결합해, 질적으로 한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도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강유식 ㈜LG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을 포함해 총 5명으로 부회장이 늘어났다. 이들은 모두 대표이사이고, 구본준 부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문경영인이다.
동부그룹은 전문경영인을 3명이나 한꺼번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종근 동부제철 사장, 우종일 동부한농 사장, 이재형 동부라이텍 겸 동부LED 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이수일 동부제철 부회장이 물러나는 것을 감안해도, 부회장수가 4명에서 6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GS그룹도 나완배 GS칼텍스 사장을 지주회사 GS에서 물적 분할돼 내년 출범할 GS에너지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내정하면서 부회장을 2명에서 4명으로 늘렸다.
재계 관계자는 “전문 경영인을 사장에서 한발더 나가 실세형 부회장으로 발탁하는 것은 오너와의 확실한 역할 분담을 통해 경영불확실성과 위기 상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영훈 기자/par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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