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검찰에 소환돼 20시간이 넘는 조사 끝에 20일 새벽 귀가했다.
SK그룹 총수 일가의 선물투자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중희)는 전날 최 회장을 불러 계열사 투자금을 빼내 선물투자 등에 전용하는데 개입했는지 여부를 강도높게 조사했다.
전날 오전 9시25분 서울검찰청사에 나온 최 회장은 긴 조사로 인해 다소 피곤한 모습으로 이날 오전 5시35분께 검찰청사를 나섰다. 최 회장은 ‘오해를 충분히 소명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소명할 만큼 소명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횡령 혐의를 인정하는지 묻는 질문엔 대답을 피했으며 계속 질문이 이어지자 “오늘은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고 말한 뒤 대기 중인 차량에 올랐다.
검찰은 최 회장을 상대로 SK그룹 계열사가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가운데 일부를 빼돌리는 과정에서 지시를 하거나 사전 보고를 받은 적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혐의 내용에 대해 최 회장은 “지분을 담보로 500억원 정도는 쉽게 조달할수 있다”며 펀드를 통해 무리하게 자금을 만들라고 할 이유가 없었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베넥스 전 대표 김준홍 씨를 구속기소하면서 SK그룹 계열사 18곳이 베넥스 펀드에 투자한 2800억원 중 5개 계열사 출자 예수금 992억원이 전용된 사실을 파악했다. 이 중 497억원이 김원홍(해외체류) 씨에게 빼돌려졌다. 김원홍 씨는 SK해운 고문 출신으로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담당해온 인물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그를 소환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검찰은 또 최 회장이 그룹 고위 임원들의 성과급을 부플린 뒤 이 중 일부를 빼돌리는 수법으로 20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를 면밀히 분석한 뒤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검찰은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이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 회장의 가담 정도가 가볍지 않을 경우 최 회장에 대한 구속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우영 기자/kwy@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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