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7> 끝까지, 죽을 때까지 (42)

글 채 희 문 | 그림 유현숙

어쨌든 달리던 마을버스에서 쫓겨난 도종호는 곧 도착하게 될 버스가 어떤 형태일지 불안해 죽을 지경이었다. 포장마차 주인의 말대로 리무진 버스라면 오죽 좋을까? 그러나 폐차장으로 가던 버스를 타게 될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말이 그렇다 뿐이지, 거성그룹보다 더 상위 급으로 여겨지는 회사는 없었다. 말하자면 여태껏 자기가 타고 온 버스가 바로 리무진이었음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이걸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이렇게 고민하길 무려 1시간 30분. 그동안 추가로 마신 소주가 무려 3병이었다. 처음엔 도종호가 술을 마시더니 나중엔 술이 도종호를 마시게 된 셈이었다. 술 취한 자에게 마지막 까지 남게 되는 것이 배짱밖엔 더 있을까?

“이봐, 주인장. 이 전화기 뒤져서 유민이 좀 찾아봐.”

그는 포장마차 주인에게 핸드폰을 집어던지며 이렇게 명령했다. 이미 혀가 잔뜩 꼬여 발음이 새나왔지만 ‘유민’이란 이름만큼은 정확하게 전달되었다.

“유민? 누군데요? 그 사람이.”

“아! 유민… 마을버스를 박살내줄 사람이지. 전화 걸어서 나 좀 바꿔 줘봐. 끄윽!”

핸드폰에 저장된 이름에서 ‘유민’을 찾기란 어렵지 않았다. 포장마차 주인이 유민이란 이름을 찾아 통화버튼을 누르자 곧 상대방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나 유민이외다. 누구십니까?”

“아! 유민 회장님! 민족의 태양이시며 아시아의 등불이시며… 나 도종호의 마지막 희망이신 유민 회장님, 우리 회장님… $%#&*%$#*!”

“아이고, 소문으로만 듣던 도종호 상무님이시라고요? 이 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많이 취하신 모양입니다 그려.”

“회장님, 내가 누굽니까? 거성 그룹의 실권자 도종호 아니겠습니까…”

그러기에 술은 작작 마시라고 했다. 술김에 거성 재벌 2세에게 전화질을 했다가 즉석에서 잘리고, 소주를 세 병이나 마시며 고민하던 도종호가 역시 술김에 또 다른 사고를 치는 순간이었다.

꿩 잡는 게 매라고… 잔뜩 혀가 구부러진 도종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유민 회장은 뭔가 거성재벌에 사달이 났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도종호가 누구냐? 그에게서 블루 아우토를 낚아 채간 장본인, 거성의 전략가로 알려진 인물 아니더냐…

사실 유민 회장은 요즈음 극도로 피로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차기 대권주자와 약속한 2,5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빠질 지경인데, 아내 신희영은 이혼을 선언하고 회사를 반이나 빼앗아 가지 않았던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골프선수 강유리마저 아내에게 빼앗겼고…

마지막 남은 희망이라고는 장차 벌어질 5개국 횡단 랠리사업 밖엔 없던 터에 스폰서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우던 중이었다. 그나마 아들 유호성을 통해 랠리사업에 바람이라도 일으켜 보려고 몬테카를로 랠리에 출전시켰는데, 기껏 꼴찌로 달리고 있다는 비보만 전해져 오던 무렵이었다. 그런데 라이벌 회사의 전략가가 잔뜩 술에 취해 접근을 시도하다니 혹시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오는 것이나 아닐지. “약주가 모자라셨던 모양입니다. 지금 어디 계십니까? 내가 당장 모시러 가겠습니다.”

도종호의 위치를 파악하던 유민 회장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천하의 거성 상무가 어디서 술을 마신다고? 강남역 앞 포장마차? 필시 곡절이 있을 것이라 여긴 그는 득달같이 ‘유리의 성’으로 전화를 걸어 술자리를 마련시켰다. 오피스텔 안에 은밀히 꾸며진 룸살롱, 언젠가 송유나라는 아가씨와 운우의 정을 나누다가 아내에게 들켜 김치냉장고 안으로 숨어들었던 곳. 미인계를 써서 일단 도종호의 옷부터 홀랑 벗기고 속을 캐볼 요량이었다.

“예감이 좋아. 뭔가 대박 날 일이 생기겠군.”

유민 회장은 즉시 운전기사를 대동하고 강남역 앞 포장마차로 차를 몰았다. 본능적으로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긴장감이 전해져 오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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