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선 부모가 자식을 버리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아이 부양을 포기한 부모들 때문에 고아원이 넘쳐난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린다. 제1회 올림픽 경기대회가 열렸던 아테네 주경기장, 미코노스 섬 등 문화유산도 매물로 내놨다. 아크로폴리스 등 주요 문화재와 박물관 임대료도 파격적으로 낮춰 재정수입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보편적 복지정책을 기반으로 의료, 교육, 주거 등에 주어졌던 각종 무상급부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그리스의 국민들은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세금인상, 복지혜택 축소, 연금액 삭감 등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서도 그리스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이런 현상은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스페인도 지난해 은행 구조조정에 이어 올해부터는 소득세율 인상, 정부부처 통폐합, 공무원 감축 및 급여동결 등의 긴축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애초 방침과 달리 연금혜택과 교육, 무상의료 기조는 기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 역시 채무불이행 및 구제금융설이 거론되는 등 위기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 나라의 위기도 능력을 벗어난 무상복지와 경기과열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스페인과 그리스의 다른 점은 위기를 받아들이는 자세다. 스페인 국민들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고 새로운 정부와 함께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용의가 돼 있다. 반면 그리스 국민들은 위기 타개를 위한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지 않으며 거부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정부 시위나 파업 등 집단행동의 빈도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17, 18일 교사들 주도로 공교육에 대한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시위가 마드리드에서 일어났을 뿐이다. 새 정부의 종합적인 긴축정책이 발표되는 3월 이후 노동계와 갈등이 예상되지만 아직은 평온한 상황이다.
그리스에서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이나 연금액 삭감에 반대하는 시위가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다. 또 폭력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그리스 정부의 태도 또한 벼랑끝 전술 뿐이다. 유로존 탈퇴를 무기로 2차 구제금융을 요청하며 유럽연합(EU)를 압박하고 있다. 그리스는 2010, 2011년 2년에 걸쳐 총 1100억유로의 1차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올해부터 1300억유로의 2차 구제금융을 받기로 돼 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독일과 EU정부는 더 이상 ‘공짜급부’는 없다며 재정적자 감축의 강도를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태도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리스는 오는 3월 160억유로의 국채 만기를 맞는다. 이를 갚지 못하면 국가부도 사태에 빠진다. 스페인 역시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국채 규모가 수 백억유로에 달하지만 최근 저금리로 49억유로, 24억유로의 장ㆍ단기 국채 발행에 잇달아 성공하면서 한 숨을 돌렸다.
위기를 대하는 자세에 대한 기관들의 평가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경제규모에 있어서도 스페인(유로존의 8%)과 그리스(2%)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막말로 그리스의 부도를 방치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마드리드(스페인)ㆍ아테네(그리스)=장지종 중소기업연구원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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