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소현 인턴기자] 철저한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 내부에 시장경제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과의 교류로 돈을 벌게 된 북한 내 상인들은 당국의 압박에 스스로 사망한 것처럼 위장해 탈북하거나 ‘인민반장’들에게 뇌물을 바치는 등 북한 내부의 공산주의 체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북한을 벗어나 남한에서 거주하고 있는 A 씨가 시장경제에 처음 관심갖게 된 것은 외국인들과 만날 기회가 많은 평양의 한 호텔 관리인으로 일하면서부터였다.
그는 일본인 관광객에게 인삼 한 상자를 선물로 주었고 그에게서 답례로 300 달러(한화 약 34만 원)의 팁을 받았다.
이후 그는 일본인에게서 받은 돈으로 중국에서 옷, 자전거 등을 들여와 북한의 암시장에 내다 팔았다. 한정된 물품을 보급받아 생활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중국에서 수입해온 옷은 날개달린 듯 팔려나갔다.
이렇게 A 씨는 1년이 채 되지 않아 10만 달러(한화 1억1500만 원)을 벌어들였다. 당시 북한 주민들의 평균 연봉이 1000 달러 (115만 원) 남짓인 것을 감안한다면 실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것이다.
그는 “당국은 한 개인의 손에 많은 양의 외화가 쥐어져 있는 것 자체가 체제에 대한 위협이라고 생각했다”며 “나에게도 당국의 감시가 미치는 것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A 씨는 자신과 함께 일하던 직원들이 점차 한둘 씩 사라지자 그 또한 언제 당국의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에 떨다 탈북을 결심했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탈북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에 자신이 북한 내에서 사망한 것으로 위장하고 혼자서 북한을 빠져나왔다.
A 씨처럼 당국의 압박을 버티지 못해 북한을 벗어나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일부 주민들은 북한에서 남아 당국에 뇌물을 바치고 사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북한은 관할 지역 내 세대를 감시하는 ‘인민반장’을 두어 주민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로 주민들의 씀씀이, 출퇴근 여부, 밥상에 어떤 요리가 올라가는지 등을 파악해 세대의 수입과 지출을 감시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인민반장의 역할이 주민들 씀씀이 뒷조사에 집중된 것은 북한식 시장인 ‘장마당’이 성행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현재 북한 내에는 국영기업이나 국가기관, 협동농장 등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시장에서 물건을 팔아 수입을 올리는 주민들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시장경제를 억압하는 것으로 보이는 ‘인민반장’은 사실상 북한의 시장경제를 부추기는 ‘세금징수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현재 유입되는 시장경제 논리를 막을 수 없다는 현실에 이를 눈감아 주는 대신 뇌물을 받아 재정 수입원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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