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은 ‘밀레니엄 버그(새 천년으로 연도가 바뀌면서 생길지 모를 컴퓨터 시스템 작동오류)’로 시작됐다. 밀레니엄 버그가 우리 사회 최대 화두가 된 것은 정보화사회가 됐다는 의미이다. 예상했던 사태는 거의 없었지만, ‘밀레니엄 버그’는 2000년들어 생각과 행동이 달라진 친구들에게 농담조로 건네는 유행어가 됐다.
‘엽기’라는 말은 인터넷 상용화 이전 단계인 1990년 중후반 ‘PC통신’에서 적지 않게 회자됐다. 특히 한 대학생의 자전적 PC통신 소설인 ‘엽기적인 그녀’가 2001년 영화로 상영되면서 ‘엽기’는 시대의 코드가 되었다. 남성을 주도하는 여성의 도발적인 행동, 그리고 그 이면에 감춰진 순정을 다뤄 폭박적인 인기를 모았다. ‘엽기’의 화두는 이후 인터넷 정보의 열독율에서 엽기적 뉴스, 엽기적 에피소드, 엽기적 동영상이 대세를 장악하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대박’, ‘하이루’, ‘강퇴’ 등 인터넷 언어가 인기를 끄는 사이, 2000년 9~11월 배 다른 남매의 사랑을 그린 KBS2 TV 드라마 ‘가을동화’에 등장한 원빈의 ‘얼마면 되는데, 얼마면...’이라는 대사 역시 인터넷에 기죽지 않는 TV발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친구가 크고 작은 부탁을 거절할때 흔히 활용됐다.
2001년 개봉된 조폭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의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라는 대사 역시 “쪼아”, “헐~”, “당근이지”, ‘작업’, ‘허접’, “허걱” 등의 인터넷 감탄사 또는 축약어 못지 않게 일상에서 널리 활용됐다.
2002년은 스포츠 유행어가 인터넷 언어 못지 않게 인기를 끌었다. 한일월드컵 당시 온 나라를 붉은악마로 만든 ‘박수다섯번, ‘짝짝~짝~짝짝 대~한민국’은 응원,시위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됐고, 윤도현 밴드의 응원가 ‘오필승 코리아’도 대한민국 4강신화에 대한 감동과 맞물려 애국가 만큼이나 국민 애창곡이 됐다. 2002년 동계올림픽때 반칙으로 한국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건 오노를 겨냥해 ‘오노같은 놈’이라는 육두문자가 등장, 유행어의 반열에 올랐다.
2003년 신개념 사극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MBC TV드라마 ‘다모’ 방영을 계기로 ‘폐인’(식음을 전폐할 정도의 지독한 마니아)이라는 단어가 떴다. ‘다모 폐인’에 이어 이후 ‘성균관 스캔들’의 ‘걸호폐인’, ‘공주의 남자’ 주인공인 ‘승유폐인’까지 등장해 미칠듯 좋아하는 팬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짝사랑하는 이성을 두고 청춘들 사이에서 임의로 ‘~폐인’이라고 갖다 붙이기도 했다. 다모에서 등장하는 대사 “아프냐, 나도 아프다, 아프지 마라”도 널리 회자됐다.
2003년 취임직후 검찰권력의 재편을 목적으로 검사와의 대화에 나선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 측근의 비리를 들먹이며 협박하듯 말을 건넨 검사를 향해 “이쯤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고 한 말 역시 유행어가 됐다. 그해 10월에 개봉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등장한 ‘통하였느냐’는 말도 계약성사, 연애성사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이러는 사이 2002~2004년 인터넷에서는 오바(over), 즐, 초딩, ‘한턱 쏴’, 얼짱, 몸짱, ‘뷁’스럽다(황당하거나 이상하거나,엽기적이거나,거부감 드는 등 부정적 상황에 대한 느낌), 냉무(내용 무, 나중에 ‘제곧내:제목이 곧 내용’로 진화), 오타쿠(마니아, 日애니팬), 빠순이, 좌절금지 OTL 등이 인기를 구가했다. 스포츠나 연예계 라이벌 스타 팬끼리 편을 가르는 박찬호빠순이, 김병현빠순이 등은 나중에 ‘노빠(노무현 추종자)’ 등 정치적 지도자의 추종세력을 지칭하는 말로 진화됐다.
2004년 배용준(일본 애칭 ‘욘사마’)의 일본 상륙을 계기로 ‘~사마’를 붙이는 열풍이 일기도 했다.
2005~2006년 간지, ‘가드올려라’, 안습(눈물,슬픔), ~했삼, 고고씽, 열폭, 쵝오, 훈남, 완소, 엄친아, 설레발,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 오크(못생긴) 등 인터넷 유행어를 비집고, ‘명품을 선호하지만 스스로의 능력으로 소비 활동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애인, 남자, 타인등)에게 의존하는 여성’들을 비하하는 신조어 ‘된장녀’가 당대 최고 유행어에 등극했다.
함영훈 선임기자/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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