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돈봉투 수사를 수사 중인 검찰이 21일 박희태 국회의장에 대해 돈봉투 살포 과정에 개입한 혐의(정당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했다. 현직 국회의장이 재판에 넘겨진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박 의장은 지난 13일 의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아직 의장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 “박 의장 관여했다”=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이날 오후 3시 박 의장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승덕 새누리당 의원이 돈봉투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지난달 5일 이후 48일 만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의장이 사퇴를 선언한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장은 2008년 7월 전당대회 직전 고 의원실에 뿌려진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당협 간부들에게 뿌리라며 구의원들에게 2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안병용 새누리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을 구속기소했다.

박 의장은 지난 19일 검찰의 방문조사에서 ‘돈봉투를 뿌리라고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바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진 한 명만 구속... 윗선 ‘봐주기’ 논란=검찰은 박 의장을 재판에 넘기기는 했지만 결국 핵심 인물들을 모두 불구속 기소해 ‘봐주기 수사’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인물은 안 위원장이 유일하다. 박 의장 당선을 위해 뛴 실무진은 구속되고 그 최대 ‘윗선’은 자유로운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당장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김 전 수석 등이 사건이 불거진 뒤 고 씨 등과 꾸준히 ‘말 맞추기’를 하려했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됐음에도 이들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기는 것이 합당한지를 두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 의원실에 전달된 돈봉투 300만원과 안 위원장이 살포를 지시한 2000만원 외에 추가 금품 살포 의혹에 대해선 전혀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앞서 고 의원은 기자회견 당시 “자신이 받은 돈봉투와 비슷한 노란색 봉투가 잔뜩 있었다”고 말해 더 많은 검은 돈이 오갔을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제의 돈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도 검찰은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은 고 의원에게 전달된 300만원이 박 의장 돈인 것으로 확인됐으나 구의원들에게 전달된 2000만원의 출처는 안 위원장 등 관련자들 모두 전달사실 자체를 극구 부인해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은 사법부로... 공방전 예고=검찰이 적용한 정당법 제50조(당 대표 경선 등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는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결코 가벼운 죄가 아니다.

박 의장은 사퇴표명 당시 “모든 책임은 제가 다 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아랫사람들이 자신을 위한 한 일인 만큼 도덕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단 뜻으로, 법적 책임과는 거리가 멀다.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박 의장이 돈봉투 살포를 알고 있었고 보고도 받은 만큼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원이 과연 검찰이 내놓은 관련자 진술과 증거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박 의장 측은 ‘구시대적 관행’이란 점을 집중 부각시켜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김우영 기자/kwy@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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