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과 록커 그리고 논술강사. 중국에서 꿈을 키우는 그들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바람이 많이 불었던 지난 23일 중국 베이징 왕징(望京)의 중국민항간부관리대학(中國民航管理干部學院)의 국제문화교류센터(이하 민항학원) 캠퍼스.
이 곳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 범상치않은 3명의 한국인 학생이 자리를 같이했다. 올해 64살의 목사님, 음악적 소신으로 가득찬 실력파 록커, 예술사 교수를 꿈꾸는 논술강사가 그들이다.
베이징 현지에서 중국어를 배우며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는 화제의 연수생들이다. 꿈과 희망, 교훈과 웃음을 주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환갑잔치를 4년전 베이징에서 가졌다는 올해 64살의 성공한 목사. 지난 2008년 가을 학기부터 무려 5년째 민항학원에서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최고참 ‘늦깍이 만학도’다.
민항학원의 동료 학생들은 그를 목사님이라고 부르기보다는 ‘회장님’이라고 더 잘 부른다. 성 목사는 학원 수강생이기도 하지만 ‘민항학원 한인 장학생회’ 회장이기도 하다.
성 목사는 중국어를 배우려는 한국인이 있으며 무조건 민항학원을 자신있게 소개해준다.
그는 민항학원의 장점을 여러가지 소개했다. 우선 민항학원이 한국인이 밀집해 살고있는 왕징에 위치해 있고 왕징지역을 도는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행하고 있어 등·하교가 편리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리고 우수한 강사들을 대대적으로 영입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운영해 교육의 질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성 목사에 대한 보답으로 민항학원측은 성 목사가 소개하는 수강생에는 최저가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입학시즌이 되면 싸게 어학원을 다니려는 한국사람들의 문의전화로 그의 핸드폰은 불이 난다.
육군 경리장교 출신인 성 목사는 직장생활의 대부분을 자금· 회계 파트에서 보냈다.
지난 2000년 터키 여행을 갔다가 동행자인 선배로부터 신학을 공부하라는 ‘구애’를 받고 이듬해 신학대학에 입학, 목사의 길을 걷게됐다.
베이징에 오게된 것은 지난 2007년 새벽기도중 ‘베이징으로 가서 사역하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무 미련없이 짐을 챙겨 베이징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재 그는 베이징 왕징에서 ‘베이징 포스퀘어(Foursquare) 교회’를 이끌고 있다.
그는 “처음 공부했을 때는 젊은 학생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색하고 쑥스러웠다. 또 늦게 외국어를 공부한 만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주위의 우려도 많았다”며 입학 당시를 떠 올렸다
그렇지만 “젊은이 못지않게 어학공부를 즐겼고 배울 때마다 공부에 대한 즐거움이 배가 되는 기쁨도 맛보았다”고 그는 말했다
성 목사는 “베이징에서 새 인생을 살고있다”면서 “매순간 최선을 다하면 매 순간이 앞으로 자신의 생활을 보람있게 만드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에서 실력파 록커로 널리 알려졌던 윤여규(37)씨도 민항학원에서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연예인이라는 점 때문에 그는 민항학원에선 화제의 인물이다.
아직 중국에선 록음악이 대중화되어 있지않지만 윤씨는 새로운 성공스토리를 위해 노력중이다. 꾸준히 연습하면서 중국 대중음악계와의 관시(關係)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최근 그에게 희소식이 생겼다. 중국 국영방송 CCTV의 스타탄생 프로그램인 ‘싱광다다오(星光大道)’의 출연섭외가 들어온 것이다. 출연이 이뤄지면 중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릴 기회를 잡게된다.
윤씨에 대해 주변의 지인들은 “중국에서 들을 수 없는 고음역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뛰어난 기타 실력을 겸비하고 있어 중국에서의 성공을 확신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윤씨는 원활한 중국활동을 위해 중국어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처음에 중국에 왔을 때 중국어 한마디도 못했던 그였지만 지금은 기본적인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는 민항학원이 한국학생들을 잘 대우해주고 성의껏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많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윤씨는 “한때는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면서 “반드시 중국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록음악을 선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런 각오만큼 윤씨가 조만간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될 날이 멀지않아 보인다.
오아름(37)씨는 지난 2010년 가을학기부터 민항학원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공부를 많이 시키고 시설이 깨끗하다는 주변의 추천으로 민항학원을 선택했다.
제주도가 고향인 그녀는 대학을 졸업한 후 한 방송프로덕션에서 작가 일을 하다가 서울 대치동과 분당에서 논술강사를 했다.
그러다 예술사를 공부하고 싶어 유학을 생각하다가 마침 베이징에 논술특례 강사 자리가 생겨 2009년 겨울 중국으로 건너왔다.
그녀는 베이징에서 논술을 가르치고 중국어도 배우느랴 늘 바쁘다. 그러는 사이 중국어 실력은 쑥쑥 늘어나고 있다.
그녀는 공부를 잘 할 수 있었던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말하기와 쓰기가 난제였으나 학원 선생님들을 붙잡고 모르는 것을 체면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물어봤다. 선생님들도 그녀의 학구열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그녀를 도와줬다.
미혼인 그녀는 살고있는 집도 중국인 룸메이트가 있는 아파트로 골랐다.
그는 “학교생활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반 친구들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공부하는 것도 좋은 학습방법이다”고 말했다.
열심히 공부한 결과 오씨는 학원으로부터 장학금도 받고있다.
민항학원은 장학금 제도를 운영, 매학기마다 학생의 수업태도와 시험성적에 따라 1~3등으로 나눠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평균 매 학기 10~15%의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고있다.
현재 그녀는 베이징(北京)대 대학원 진학을 준비중이다. 베이징대에서 비교예술사를 전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들은 중국에서의 경험을 살려 한·중 교류 확대에 기여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성 목사는 목회 일을 열심히 하면서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고싶다고 밝혔다.
윤씨는 중국에서 유명한 록커로 성공하는 것이 꿈이다.
오씨는 베이징대에서 학위를 받은 뒤 예술사 분야에서 저명한 학자가 되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세 사람의 꿈과 희망이 이뤄지는 날,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편 민항관리간부대학의 중국어 교육기관인 민항학원은 지난 1995년 설립됐다. 당초 목적은 중국 항공사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 국적의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중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가 학원의 진가가 알려지기 시작, 일반 유학생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단기간에 유명 어학교육기관으로 발돋음했다.
현재 1년에 2000여명의 외국인들이 이곳에서 중국어 연수를 받고있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영국 등 유럽의 이른바 ‘부자나라’ 등 전세계 50여국에서 온 다양한 피부색의 학생들이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민항학원은 오전·오후 반으로 나누어 각각 중국어 초급· 중급· 고급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또 원어민 강사의 영어회화반과 경제무역중국어회화반도 개설했다.
특히 민항학원은 여러 등급의 HSK특강반을 개설하면서 수강생들이 원하는 등급을 얻지못하면 추가로 수업을 무료로 제공하는 ‘HSK 합보증 제도’를 운영, 학생들의 점수를 높이는데 힘을 쏟고 있다.
(pys@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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