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활성화하되, 투기는 막자.’
한국에서의 이른바 ‘기계투자’는 서로 상반된 시선을 갖는다. 시스템트레이딩에 대해선 투자기법 중 하나로 인식된 반면, 하이프리퀀시 트레이딩(HFT)에 대해선 시장 변동성을 조장하는 규제 대상이란 인식이 강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HFT에 대한 그 같은 인식은 일단 우리 시장이 전용선을 이용한다는 것 자체를 불공정으로 여기고 있는 데에서 나왔다”면서 “검찰이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서 스캘퍼들을 기소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을 부추겼다”고 전했다.
박태준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HFT에 대해선 시장유동성을 증가시킨다는 견해와 변동성을 증폭시킨다는 두 가지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역시 HFT 회사들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고조시키고 전문성이 부족한 투자자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나왔다. 국내에서의 논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유럽의회가 투기적 거래자를 규제할 목적으로 준비 중인 금융거래세도 HFT를 적용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HFT 투자자 입장에서는 과세에 따른 원가 부담을 안게 되면서 속도에 기반해 차익거래 기회를 노리는 전략에 큰 차질이 빚어지는 셈이다.
일명 ‘로빈후드세’로 알려진 금융거래세는 모든 금융거래에 대해 0.01~0.05% 사이에서 확정돼 분담금 형태로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럽의회는 이미 글로벌 협약 또는 개별 국가차원의 법적 조치 등에 상관없이 범유럽 차원의 금융거래세 도입에 찬성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관계는 “유럽에서도 HFT 회사들이 정교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투자자들이 알기 어려운 호가 상황을 파악해 순식간에 거래를 처리,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수익구조를 가진 것에 대한 불공정 논란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거래 건당 금융거래세가 부담되면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과 HFT 시장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반면 반대 의견도 있다. 투기적 거래자들이 더 장기적인 거래 전략과 시장 변동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전략 등 다른 수익창출 기법을 만들어 이 같은 과세 부담을 피할 것이라는 견해다.
박 선임연구원은 “정교한 거래시스템을 보유한 HFT 회사들은 초고속 거래전략의 특정유형에만 세금이 부담될 경우, 서로 다른 투자자산군 간의 복잡한 상관관계를 이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들이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다만 과세가 적용되지 않는 유형의 거래전략은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예 지금 중점을 두고 있는 ‘속도’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예측 가능성이 높은 기회를 노리는 전략을 추구하게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성연진 기자/yjsu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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