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40% 할인행사

전문가 “장기적으론 글쎄”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관련 업체들이 앞다퉈 가격 인하를 선언하고 있다. FTA가 발효되면 관세 인하 및 철폐로 인해 가격 하락 요인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FTA로 인한 가격 인하가 ‘반짝 효과’에 그쳐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고 지적한다. 8개월 앞서 발효된 한ㆍ유럽연합(EU) FTA가 물가 인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탓이다.

▶단기적으론 물가 인하 ‘기대’=한ㆍ미 FTA가 발효되는 15일 0시 이후 관세가 없어지는 품목은 화장품, 와인, 포도주스, 의류, 핸드백, 체리 등이다. 유통업체들은 이들 품목에 대해 15일부터 할인행사에 나서며 6~40%가량 가격 인하를 단행한다.

이마트는 미국산 와인 80여종을 15~40% 할인 판매한다. 미국 맥주인 ‘밀러 제뉴인’은 35% 값을 낮췄다. 롯데마트는 미국산 쇠고기를 27% 할인 판매한다. 갈빗살이나 부챗살 등 구이용 부위가 100g에 1600원이다.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도 시세보다 15~2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된다.

와인의 경우 FTA 효과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해 금양인터내셔날 나라셀라 신동와인 등 와인 수입사들이 FTA 시행 전부터 공급가를 10~15%가량 낮췄다.

자동차는 미국 자동차가 전체 수입차 판매량의 7.9%에 지나지 않아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하지만 미국에서 생산한 일본 자동차나 독일 자동차도 FTA 효과를 볼 수 있어 가격 인하 요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토요타는 캠리와 시에나 등을 미국 공장에서 국내로 수입해 판매 중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땐 ‘글쎄’=FTA로 인해 단기적으로 물가가 다소 인하될 수 있지만 그 효력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한ㆍEU FTA가 발효됐던 지난해 7월 수입물가지수(2010년=100)는 161.37로, 전달(163.15)보다 1.1%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 1월에는 168.5로 하락분을 채우고 거기에 3.2%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같은 기간 103.8에서 105.7로 1.8% 올랐다.

FTA의 최대 수혜품목인 와인은 가격이 다소 내려갔지만 FTA 영향이라기보다는 주법 개정으로 와인 유통 체계가 바뀐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와인 수입업자에 소매업을 할 수 있도록 해 경쟁이 보다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외국 와이너리들이 와인 가격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수입 원가는 오히려 올랐다.

자동차도 이미 FTA 발효 전인 지난해 말부터 가격 인하 프로모션을 해 FTA로 인한 추가 가격 인하 여력이 없는 상태다. 개별소비세 인하도 2000㏄ 초과 모델에만 적용돼 고유가로 인해 2000㏄ 이하 차종을 찾는 소비자에겐 인하 효과가 없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FTA 발효로 인해 관세 인하가 이뤄져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이 장기적으로 물가 안정에 도움을 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소연ㆍ도현정ㆍ김상수 기자>/ </carrier@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