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와 관련해 주미(駐美) 경제인들이 예기치 못한 분야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해 주목된다. 이들은 미국 내에서 수십 년간 경제 활동을 하며 미국 경제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들의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한ㆍ미 FTA가 발효된 지난 15일 재미 경제인단이 FTA 발효 축하를 위해 고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FTA에 대한 다양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데이빗 김 실리콘벨리 한미 상공회의소 회장은 한ㆍ미 FTA의 최대 수혜 품목이라는 제조업에서도 한국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이 한국에 수출한 상위 1위와 3위 품목은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라며 “한국은 미국에 반도체 수출이 네번째로 많지만 반도체 장비 수출은 거의 안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FTA가 발효되면 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미국산 반도체 장비에 대한 기술 의존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가 지난해 미국에서 들여온 반도체는 445억 달러, 반도체 장비는 27억6200만여 달러였다. 반면 수출은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가 각각 27억2600만여 달러와 5억4362만여 달러로 무역 불균형이 심각했다.
농산물이나 제약업 뿐 아니라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제조업에서도 FTA 피해를 볼 수 있으니, 반도체 부문에서의 피해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게 미국 실리콘밸리를 잘 아는 김 회장의 결론이다.
음악과 섬유산업 분야도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이철우 한미 공공정책위원회 회장은 “미국 기업들이 성킴 주한 대사 주재 하에 한국기업들을 만나 거래를 하고 싶어한다”며 “특히 음악과 의류 분야의 기업들이 한국 시장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산업의 경우 최근 K팝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미국 음반업계가 한국 음악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의류산업은 미국 업체들이 한국 업체를 하도급 업체로 선정해 제품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전언이다. 따라서 이들도 한ㆍ미 FTA의 숨은 복병이 될 수 있다는게 주미 상공인들의 지적이다.
이밖에 무역 통계에 잡히지 않는 군사 장비서비스,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와 IT 및 모바일 서비스도 FTA 발효로 시장 상황이 변할 경우 관련 업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다고 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ㆍ미 FTA로 건설업이 의외의 FTA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미국이 국내 수요 진작을 위해서 대규모의 상업 및 주택 지구를 건설하고 있어 기술력을 가진 한국 건설사들이 공공건설 입찰에 참여하게 되면 큰 실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뉴욕의 경우 라스베이거스로 떠나는 관광객을 붙잡기 위해 뉴욕주(州) 주법을 개정, 주에서 도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35억 달러 규모의 카지노와 미국 최대 컨벤션 및 호텔도 신축할 계획이다. 시내에는 20억 달러를 들여 아파트 5000채에 대한 재건축도 고려 중이라는 게 주미 상공인들의 전언이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주미 상공인들이 한ㆍ미 FTA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을 수 있다”며 “그들은 이미 미국의 경제 시스템 내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이니 만큼 그들의 지적을 주의깊에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shins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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