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주 삼성전자의 대차잔고 증가 추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차ㆍ화ㆍ정(자동차, 화학, 정유)’의 급락을 일으켰던 슬픈 공매도 기억을 다시 떠올릴만한 수준이다. 물론 1분기에도 탁월한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에 대한 공매도 우려는 지나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차잔고의 증가가 상승 모멘텀이 조만간 둔화될 수 있다는 ‘신호’가 될 수는 있다.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랠리를 벌인 삼성전자의 28일 현재 대차잔고는 4조 6000억원 수준. 191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의 2.8%다. 미국과 유럽 발 경기 지표 움직임에 여전히 민감한 우리 시장 상황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수치다.

익명의 증시 관계자는 대차잔고 증가는 결국 해당 주가의 상승세 둔화에 따른 공매도(Short) 임박을 의미하기 때문에 주가흐름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들어 삼성전자의 주요 거래 창구는 맥쿼리, 메릴린치, 제이피모간,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외국인이다. 그리고 삼성전자 주식 대여자의 95%, 차입자의 96%가 외국인이다.

삼성전자의 대차잔고 증가가 공매도로 이어져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지난해 이후 세 차례다. 2011년 초 주가 100만원에 도전하던 때 대차잔고가 늘며 공매도가 집중됐다. 이후 주가는 두 달여에 걸쳐 80만원대까지 미끄러졌다. 지난 해 7월 미국발 신용위기가 증시를 강타했을 때도 대차잔고 증가와 공매도가 나타났다. 8월 삼성전자 주가는 60만원대까지 추락한다. 지난 연말에는 대차잔고 수준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두 달여 가까이 공매도가 집중되면서 삼성전자 주가를 90~110만원의 박스권에 가뒀다.

국내 기관이 삼성전자 주식을 편입한도까지 거의 꽉 채운 데다, 7개월 연속 상승으로 배 가까이 오른 주가수준도 공매도 전략이 펼쳐질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때문에 지난 해 외국인 공매도에 격침 당한 ‘차ㆍ화ㆍ정’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8월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차익실현이 나선 외국인들은 이들 업종을 한꺼번에 매물로 내놓았다. 8월 첫 주에만 외국인 매도세에 LG화학은 13.40% 급락했고, 한화케미칼도 14.41% 폭락했다. 현대차는 13.40%, 현대모비스는 12.76%씩 각각 하락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공매도가 나타나도 ‘차ㆍ화ㆍ정’이 당한 ‘격침’ 수준의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많다.

김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시장 상황이 바뀌면 삼성전자 역시 잠재적인 공매도 물량이 부담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시가총액 규모나 실적을 봤을 때 지나치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도 지난해 차화정과는 사뭇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시적 차익실현을 위한 공매도가 나타날 수 있지만, 실적전망이 긍정적이기 비정상적인 가격수준까지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성연진 기자/yjsu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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