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보다 앞선 주가’ 최근 미국 증시의 모습이다. 각종 경제지표 수치들에 비해 증시에서의 상승세가 강하다. 대표 기업 애플은 연초 이후 48%나 오르는 ‘파죽지세’로 연일 기록행진이다. IT기업들이 각국의 증시를 이끌고 있긴 하지만 같은 기간 교세라(일본)의 21%, 삼성전자의 19%, TSMC(대만)의 13%에 비하면 놀랄만한 수치다. 이같은 격차의 이면에는 바로 국제유가가 중요한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모멘텀이 신흥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낫다고 볼 수 없는데도, 강세를 보인 것은 결국 비용부분의 수익성 지표 때문이다. 신흥 아시아국에서 소비가 많은 두바이유가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보다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오르면서, 아시아 기업들의 비용부담이 커진 탓이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과거 WTI와 두바이유 가격의 차이(spread)가 양(+)에서 음(-)으로 전환되며 그 차이가 커졌던 2008년 9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미국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33% 인 데 반해, 신흥 아시아는 -42%로 더 큰 하락폭을 보였다. 최근 격차가 음으로 확대됐던 2010년 12월부터 4개월간도 MSCI 미국 12개월 예상 EPS가 10% 상승한 데 반해 신흥 아시아는 6% 상승에 그쳤다.

이는 주가 움직임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1개월간 주가 상승률을 기준으로 미국 기업들은 신흥 아시아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MSCI 미국 업종별 지수는 IT(5.0%)와 금융(5.7%) 업종을 중심으로 고른 상승세를 보인 반면, 신흥 아시아는 IT(4.5%) 업종이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폭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소비재 업종을 제외하면 모두 손실구간 수익률이다.

이 연구원은 “미국 기업들도 다우지수 30개 기업(월마트 제외, 2010년 기준)의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이 54%로, 신흥국 경기가 기업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최근 미국 기업들의 성장이 눈에 띄는 이유는 결국 두바이유와 WTI유의 가격 차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초 이후 두바이유와 WTI유 가격간 음의 값이 확대되고 있어 미국 기업의 이익 및 수익성이 신흥 아시아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신흥 아시아와 미국 증시의 상대 강도를 예측하기 위해선 이러한 가격차이 변화를 꼼꼼히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성연진 기자/yjsu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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