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께선 말씀하셨다. ‘비례물시(非禮勿視), 비례물청(非禮勿聽), 비례물언(非禮勿言), 비례물동(非禮勿動) 하라’고.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듣지 말고, 말하지 말고, 동하지도 말라는 뜻이다. 어렸을때 배웠던 이 글귀가 요즘 왜 이리도 가슴을 울리는 지 모르겠다.
교육부 간부가 국민을 개ㆍ돼지로 표현했다고 한다. “민중은 개ㆍ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는 등의 말을 했단다. 후폭풍이 참으로 엄청나다. 그 발언 사실이 알려진지 며칠 지났으니 잠잠해질만도 한데, 성난 민심이 가라앉기는 커녕 더 커지는 분위기다.
말이란 ‘아’하고, ‘어’가 다른 법인데, 나가도 너무 나간 발언이었다. 교육부 수장이 나서 해당 간부를 중징계하겠다고 했고, 해당 간부는 국회에 나가 죄송하다고 눈물까지 흘렸지만 민초들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기자는 해당 간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싶지 않다. 그런 말을 자랑하듯이 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권력 맛에 푹 빠진 독재자라도, 국민을 머슴으로 아는 절대 폭군이라도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놓을 수 있을까. 정상적인 교육을 받았고, 열심히 공부해 교육 정책의 리더 중 하나가 된 그가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사고를 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를 위한 변명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 뭔가 씌워도 단단히 씌웠나 보다. 본인으로선 귀신에 홀린 듯, 꼬여도 한참 꼬였다고 비통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세치 혀를 잘못 놀려 공적(公敵)이 된 그를 매도하는데 동참하고 싶지 않다. 그냥 연민과 씁쓸함이 들 뿐이다.
해당 간부의 ‘개ㆍ돼지’, ‘신분제’ 발언의 수위를 정확히 알지 못해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얼추 비슷한 말을 했다면 정말 충격적이긴 하다. 그는 교육 정책 리더 중 하나다. 전인교육 중요성을 설파하고, 교육 현장에 안착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 중 하나다. 전인교육이 무엇인가. ‘사람의 됨됨이’ 아니겠는가.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람의 됨됨이’를 권장해야 할 사람이 타인의 인격가치를 훼손하는데 앞장섰다면 분명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교육 정책 리더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억지성 논리인 것 같지만, 기자는 그 해당 간부가 바둑의 이치를 이해했다면 그렇게 세치 혀를 잘못 놀리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
지난 3월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 대결 후 인공지능에 인간이 졌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지만, 바둑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것은 아마도 바둑의 공정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바둑은 내가 한수 두면 남도 한수 둔다. 내가 한수 두는데, 남이 두수 두는 일은 절대로 없다. 19 곱하기 19의 백지 같은 반상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공정하게 싸우는 것, 그게 바둑의 본질이다. 바둑은 배려의 미학도 지녔다. 반집만 이기면 되기에, 승리가 확실하다면 슬그머니 몇수 양보하는 게 바둑이다.
그래서 바둑엔 개ㆍ돼지나 1%, 99%, 신분제 등의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치열함 속에서도 공정과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있을 뿐이다. 바둑의 지혜를 조금이라도 가졌었다면, 그 간부의 설화(舌禍)는 절대로 없었을텐데…. 안타깝다.
김영상 사회섹션 에디터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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