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감독의 영화 ‘두레소리’주연 맡은 조아름·김슬기 양
국악 소재 특이해 보이지만 일탈·미래 그리고 입시 압박감… 인문계 고교생들과 다를 것 없어
‘국악인’조 감독의 무모한(?) 도전 청소년들의 진솔한 모습 담아내
사진을 찍기 위해 인터뷰를 잠깐 쉬는 사이, 무뚝뚝해 보이던 조아름(19ㆍ중앙대 국악대학 전통예술학부 1년) 양의 입에선 아주 오랜 버릇인 듯 낯설지만 흥겨운 가락이 흘러나왔다. 경기민요의 어느 한 자락이었다. 옆에 섰던 조정래(39) 감독은 북이 앞에 놓이자 말보다 손이 앞섰다. 채를 들고 ‘둥!’. 감독이 고수, 배우는 소리꾼이다. 판소리 전공 김슬기(18ㆍ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3년) 양이 감독에게 엄지손가락을 펴보이며 장단을 맞췄다.
5월의 서울 시흥 국립전통예고 교정은 망울을 터뜨린 봄꽃이 오색으로 흐드러졌다. 꼭 2년 전 봄에 영화를 촬영했던 곳에서 주연 김슬기, 조아름 양과 조정래 감독을 만났다. ‘두레소리’는 국립전통예고 합창단의 창단 실화를 그린 극영화로, 입시 중압감과 사춘기의 고민을 안은 국악 전공 고교생들이 울고 웃고, 엇나가고 발맞추며 화음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렸다. 아이들의 좌절과 희망, 성장통과 자아발견이 아이들의 언어와 우리의 전통 가락으로 표현됐다. 프랑스 영화 ‘더 클래스’나 독일의 다큐멘터리 ‘피나 바우쉬의 댄싱드림스’, 일본 영화 ‘스윙걸스’ ‘워터보이즈’가 언뜻 떠오른다. 합창단원으로는 비전문 배우들인 국립전통예고의 학생들이 출연하고, 교사 역도 실제 합창단 지도교사인 함현상 씨가 맡았다.
“서울시문화재단의 ‘청소년 비전 아트트리’(각 분야의 전문 예술인들을 초청해 중·고교 예술 동아리를 직접 지도하도록 연결하는 프로그램)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중 함 선생님을 만나 영화를 기획하게 됐죠.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리고 싶다는 생각과 국악에 대한 관심이 제대로 만난 거죠. 제가 원래 ‘국악인’이거든요. 하하.”
조 감독은 중앙대 영화학과 출신이지만 영화보다 먼저 국악에 빠져들었다. 대학에서 곁다리로 들은 우리 소리가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고 미친 듯이 판소리를 찾아 다녔다. 판소리 인간문화재인 성우향 선생의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다가 드디어 채를 잡았다. 마침 한 지상파 방송국에서 성 선생을 찍으러 왔는데 북을 잡을 사람이 없었고, “노래는 내가 할 테니 한번 쳐보시게”라는 대가의 한 마디로 조 감독은 ‘고수’가 됐다. 인간문화재 다큐멘터리, 국악ㆍ연극 실황 기록 등의 작업이나 상업 장편영화 조연출을 하면서도 조 감독은 10여년간 한번도 북을 놓지 않았다. 대회에 나가 수상도 하고 젊은 국악인들과 공연도 했다. TV 국악, 개그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청소년들은 사회에서 건드리면 터지는 ‘폭탄’ 취급을 받아요. 아이들은 외줄을 타듯 살아가고 있는데 누구도 얘기하지 않죠. 저는 이 시대의 청소년을 말하고 싶었어요. 제가 ‘두레소리’의 시나리오를 들고 영화사를 찾아가 청소년들이 주인공이라고 하면 다들 ‘애들이 마약하냐? 패싸움은 해? 아니면 재미없어’라고 하며 퇴짜를 놓더군요. ”
촬영 현장에서 대사는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들만의 말로 고쳤다. 속어도 나오고, 일탈하는 장면도 있다. 그만큼 고민이 진솔하게 담겼다.
“입시에 대한 압박감은 인문계 고교보다 더 심한 것 같아요. 음악은 똑 떨어지는 점수로 판단하기 어려우니까요. 지금도 가끔 아이돌 가수들을 보면서 부럽기도 해요. 친구들과 ‘요새 사람들은 국악을 듣지도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들을 서로 얘기하죠. ”(조아름)
“가요까지는 이해한다 쳐도 TV에서 오페라 오디션까지 하더라고요. 한국에 오페라만 있냐고 불평을 하면서 결국 ‘우리부터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음악을 들려주면 돼’라고 다짐했어요.”(김슬기)
김슬기 양은 7살 때 가족들과 ‘국악한마당’을 보다가 그 길로 소리를 배우기 시작해 초등학교 때는 국립창극단의 공연에 참여한 것을 인연으로 ‘대장금’의 삽입곡 ‘오나라’를 불렀다. 조아름 양은 초등학교 때 방과후 학습으로 민요를 만났다. 소리가 맑고 톤이 높은 경기민요 전공이다. 이들이 꿈꾸는 국악은 뭘까.
“새로운 국악을 시도하고 싶어요. 요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누구나 쉽게 좋아할 수 있는 소리를 해 볼 생각입니다.”(조아름)
“버스커버스커를 들으면서 ‘이런 음악 해야 되는데’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서정적인 곡을 만들고 부르고 싶어요.”(김슬기)
“우리의 노래가 우리의 장단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아픔을 달래고 잃었던 우리 꿈을 샘솟게 하네”(OST 중 ‘두레소리 이야기’). ‘두레소리’에 담긴 젊은 소리꾼들의 꿈이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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