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0>바람 부는 길(58)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그 소식은 이제 방금 터진 핵폭탄과 다름없었다. 핵폭탄의 위력은 만만치 않았다. 강유리가 싱글메이드 사의 광고모델로 거듭나게 되었다는 소식은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갔다.
‘아직 골프선수로서 제대로 명함조차 내민 적이 없던 강유리 선수가…’
처음 외신을 접했을 때엔 이렇게 보도되던 내용이,
‘골프천재 타이거 우즈의 후계자로 지목된 강유리 선수가 이번엔 세계적인 광고모델로 변신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강유리 선수는…’
불과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이렇게 바뀌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강유리를 흐뭇하게 만든 것은 언론사들끼리의 경쟁이었다. 텔레비전 방송의 스포츠, 연예, 오락프로에서는 마치 보도경쟁이나 하듯이 강유리의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꼬리를 놓칠세라 라디오와 신문에서 바로 뒤를 이어 보도기사를 터뜨리기 시작했는데, 잡지사 기자들은 보다 자세한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 빚 받으러 온 것처럼 그녀를 물고 늘어졌으니… 미꾸라지가 대번에 용이 된 셈이었다.
숭어가 뛰면 망둥이도 뛰는 법. 신문 방송의 스포츠, 연예, 오락부문에서 그녀의 기사가 뜨기 시작하자 CNS 등의 다른 경로에서는 그녀가 토플리스 차림으로 스키장을 활주하던 당시의 사진이 주루룩 도배되기 시작했다.
‘스키장 가슴 녀’
컴퓨터를 열고 ‘가슴’이란 단어를 입력시키기만 하면 수없이 떠오르는 ‘스키장 가슴 녀’ 기사로 인해 인터넷이 다운 될 지경이었다. 가히 강유리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는 중이었다.
“이것 좀 봐라, 이 녀석아! 내 말 들으랬지?”
신희영은 느닷없이 유호성의 머리통을 손바닥으로 휘어 갈겼다. 머리통에 불이 번쩍했지만 유호성은 그저 죽은 척 할뿐,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
“타이거 우즈의 옆 자리! 원래 그곳이 네가 있어야 할 자리란 말이야. 알겠니? 그런데 지금 네 꼴이 어떤지 알기나 해? 애초부터 자동차 운전을 한다고 설칠 때부터 나는 이미 알아봤다. 지금이라도 골프선수로 되돌아 왔으니 다행이다만…”
남들이 축하해 줄수록 신희영의 가슴은 메어지기만 했다. 명색이 재벌 사모님으로서 자기가 직접 나서서 추진한 일도 아닌데… 강유리의 주가가 자꾸 오르는 것이 좋을 리 만무했던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골프선수로 성공시키고 싶었던 아들 유호성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를테면 내 자식보다 잘난… 강유리에 대한 시샘이었다.
“공 과장, 박 대리! 당장 내 방으로 오세요.”
신희영은 공 과장과 박 대리를 호출했다. 그녀가 애초에 골프 원정훈련을 떠날 때부터 동행했던 심복들을 방으로 호출한 까닭은 분명했다. 이를테면 가슴 속으로부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질투를 어떤 방법으로 삭여야 할지 의논이라도 해보자는 것이었다.
“강유리 선수가 미운 건 아니야. 하지만 강유리는 계란으로 치자면 흰자위 아닌가? 노른자위는 내 아들 호성이라고. 안 그래요? 공 과장?”
“물론입니다, 회장님. 노른자위 빠진 계란이 어디 제대로 된 계란입니까?”
“그러니 어서 제대로 된 계란을 만들어 보라고요! 에그 답답해.”
신희영은 이렇게 공 과장과 박 대리를 다그치고 있었다. 물론 그녀보다 더욱 답답한 쪽은 공 과장이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다그치기만 하는 상전 앞에서 무슨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까? 이게 바로 샐러리맨의 비애였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해결책을 제시해야 목숨을 구할 터! 공 과장은 이렇게 운을 떼었다.
“싱글메이드 사와 계약서에 도장을 직은 건 아직 아니잖습니까?”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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