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 붉은 길, 푸르른 마음 (19)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노모포비아(nomophobia)’라는 스마트폰 문화가 만들어낸 신조어가 있다. 아무것도 없다는 뜻인 ‘노(no)’와 휴대전화를 의미하는 ‘모바일(mobile)‘을 합친 말로서 휴대전화가 손에 없을 때 두려움에 떠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 식의 신조어를 하나 더 만들어 보라면… ‘노코비아(nocobia)’라는 말을 만들어도 무방할 것이라 여겨졌다. 노코비아란, ‘노(no)’와 지도자를 의미하는 ’코치(coach)‘를 합쳐놓은 말쯤으로 해석하면 좋겠다. 노모포비아와 마찬가지로 코치선생이 곁에 없으면 두려워지는 현상이라고나 할까?
어쨌거나 노코비아 현상은 아들 유호성을 세계적인 PGA선수로 키우고 싶은 신희영에 해당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유호성은 어느새 강유리가 곁에 없으면 불안에 떠는 증세를 앓고 있었다. 그런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눈꺼풀에 콩깍지가 제대로 씌워진 것은 확실했다.
“글쎄 네가 영국으로 가면 오죽 좋아?”
“카누스티는 스코틀랜드의 퍼블릭 코스라고요. 영국 중심지도 아니고, 더구나 회원제 골프장도 아닌 곳에서 겨우 남을 가르치는 일로 입에 풀칠이나 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내가 왜 찾아가요?”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는 사람이 아니야. 인터넷에서 한참 유명세를 타고 있는 명 코치라니까?”
“그 사람보고 우리나라로 오라고 하세요. 요즘 우리나라 골프장이 얼마나 좋은 줄 아세요? 1년 내내 바람만 부는 스코틀랜드 촌구석의 카누스티 퍼블릭 골프장과는 차원이 다르단 말입니다.”
“얘, 말 같은 소리를 해라.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우리나라까지 오려고 하겠니? 게다가 모셔오려면 돈이 따블로 들어!”
“그럼 중간지점에서 만나자고 해요. 우리도 자존심이 있지…”
“자존심? 중간 지점?”
“그래요, 동쪽으로 중간지점인 하와이라든지, 서쪽으로 중간지점인… 어디가 좋을까? 터키? 호주? 중국 서부지역?”
“그래,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네. 어차피 강유리 선수와도 세계를 한 바퀴 돌자고 약속했으니까… 제3국으로 전지훈련을 가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
신희영은 망설이는 법이 없었다. 자칫하면 아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을 감지한 그녀는 즉시 호주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중이었다.
“그래, 우리 아들 멋있다. 명색이 대한민국 유민 제련그룹의 후계자인데… 감히 골프 코치 따위에게 휘둘려선 안 되겠지.”
“자존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효율성 때문이기도 해요. 아무리 유명한 선생에게 골프를 배운다고 해도 지겹다는 생각이 들면 안 되거든요?”
“그래, 그래. 네 말이 맞아. 골프 배우는 게 지겨워지면 큰일이지.”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강유리 선수와 함께 다니며 훈련하는 방법을 택하고 싶어요. 강 선수가 항상 미국에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지요? 타이거 우즈가 뭐래요? 자길 따라다녀야만 한 대요?”
“아니야, 타이거 우즈는 서로 간에 계보만 잇자는 거였어. 날마다 코앞에서 유리를 가르치겠다는 뜻이 아니야. 일종의 광고 전략이지.”
“그러면 더 잘 됐네. 우리 남아프리카공화국 게리 플레이어 CC로 가요. 네?”
유호성은 언젠가 한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남아공 게리 플레이어 CC를 떠올렸다. 사바나 한 가운데 펼쳐진 그 드넓은 초원에서 강유리를 품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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