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완 기자]어찌보면 예상된 인사였다. 다만 위기가 맹장(猛將)을 좀 더 빨리 무대위로 이끌어냈을 뿐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으로 발탁됐다.

최지성(기업인)
최지성(기업인)

그동안 이건희 회장을 보좌해 온 김순택 실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앞으로는 최 실장이 그룹전체에 이 회장의 의중을 불어넣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덕장(德將)으로 평가돼 온 김순택 실장의 사임과 공격경영의 대표 주자인 최 실장의 삼성 콘트롤타워 수장 임명은 행간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이번 인사를 두고 그룹 안팎에선 이 회장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긴급카드를 꺼내들었다고 해석한다. 위기의 진앙지 유럽 사정을 직접 살피고온 이 회장이 정기인사가 아닌 전격인사를 단행하고 그룹 콘트롤타워에 변화를 준 것은 그만큼 세계경제와 삼성을 둘러싼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애플과의 소송, 상속 관련 소송, 신성장 동력 확보 등 굵직한 난제들이 산적한 가운데 이를 정면 돌파해낼 강력한 리더십과 전략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최 실장은 현재 삼성이 꺼낼 수 있는 최적의 카드다. 최 실장은 부드러운 눈매에 온화한 인상이지만, 알고보면 전투형이다. 삼성 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추진력이 강한 저돌적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회장이 제2의 신경영에 준할 정도로 고강도 혁신을 주문한 상황에서 이를 그룹 곳곳에 심고, 최고조에 달한 긴장감을 전파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인물로 꼽힌다.

최 실장은 실적이 동반된 최전선 공격형 CEO다. 2000년 정보가전총괄 디스플레이사업부장 부사장, 2001년 디지털미디어총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부사장을 거친 뒤 2006년 보르도 LCD TV 를 통해 소니를 제치고 34년만에 전세계 TV 시장을 석권한 일등공신이다. 치킨 게임이 지속되는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의 독주를 확고히하고, 춘추전국시대였던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을 애플과 함께 양강체제로 이끈 공로도 크다. 글로벌 격전장엔 항상 그가 있었고, 그때마다 승전보를 챙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회장의 무한신뢰 속에 낙점된 최 실장은 그렇지만 숙제가 켜켜이 놓여있다. 대공황 이상이라는 글로벌경제위기 속에 삼성의 길을 찾는데 일조해야 하고, 글로벌 스마트전쟁과 특허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이 회장을 도와 그룹의 올바른 좌표를 견인해야할 과제 앞에 서게됐다. 실장 의자에 착석하는 순간, 최 실장의 고민도 시작됐다.

swa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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