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1> 붉은 길, 푸르른 마음 (39)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동일한 면적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기내 화장실이 유독 좁게 여겨지는 까닭은 여러 가지 편의시설 때문일 것이다. 용변기, 세면대, 거울, 수납장 등등 꼭 있어야만 할 것들 외에도 1회용 좌변기 커버를 뽑아내는 장치, 얼굴에 수분을 공급해주는 아쿠아 에어로졸, 젖은 티슈, 마른 티슈, 비상용 산소마스크 공급 장치, 승무원과 통화할 수 있는 통신장치, 소화기 등등 온갖 장치가 주위에 그득했기 때문이다.
“한 쪽 다리 좀 올려 봐요.”
“이렇게?”
“조금만 더…”
“안 돼요, 내가 리듬체조 선수인 줄 알아요?”
애를 써도 안 되는 일 투성이었으므로 유호성은 바지를 벗은 채로 잠시 울먹였다. 그가 벗어낸 바지는 허리를 굽혀서 주워 올릴 수도 없었기 때문에 바닥에 팽개쳐진 그대로였다. 하지만 아무런들 어떠랴. 유명한 골프선수이면서 CF스타… 게다가 늘씬하고 미인인 그녀 앞에 맨 다리를 드러내고 서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의 가슴 속은 흥분으로 충만해져 왔던 것이다.
“미치는 줄 알았어요, 유리 씨!”
감격에 겨운 유호성은 그녀를 꼭 끌어안은 채 이마부터 핥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마에서 귓불, 목을 타고 내려가서 쇄골의 움푹 파인 곳을 살짝 깨물자 어느새 남자의 몸을 갈구하는 그녀의 흐느낌이 가슴으로 전해져 오고 있었다.
기가 막혔다. 누가 들을세라, 소리를 죽여 흐느끼는 숨소리에도 욕정이 묻어났고, 몸을 밀착시킬 때마다 더욱 진한 욕정이 샘솟곤 했다. 스커트 옆의 터진 틈으로 손을 집어넣어 젖가슴을 애무하자 손끝에 와 닿는 촉감은 매끄럽기 이루 말할 수 없는데 탄력은 고무공을 능가했다. “서로 좋아하면 이렇게도 할 수 있나 봐요…”
그녀의 블라우스 틈으로는 6월의 오이 향과도 같이 신선한 향기가 새어나오고 있었지만 숨결은 벌써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안타까운 양 고개를 뒤로 꺾을 때마다 블라우스를 뚫고 나올 듯 불거지는 핑크 스위치의 흔적.
“그런데… 안 되겠어, 둘이 서서 몸을 움직이기엔 너무 좁아요. 좀 더 유연하게 해봐요.”
“낙지도 아닌데 더 이상 어떻게 유연해져요? 차라리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요?”
이제 불길이 닿기만 하면 폭발할 것처럼 몸은 달아올랐는데 마땅한 자세가 나오지 않더라는 말이다. 상열지사를 벌이기엔 하체를 움직일 공간이 없었다. 그렇다고 안타까워만 하다가 불발로 그칠 수는 없는 일. 할 수 없이 유호성은 그녀의 양쪽 겨드랑이를 받쳐 들고 용을 쓰기 시작했다. 46kg의 체중을 오로지 두 팔로만 받쳐 들고 100회 이상 들어 내리기를 해야 하는… 이른바 헤라클래스 자세였다.
그래도 좋다, 양 손으로 그녀의 가는 허리를 부여잡고 몸을 들어 올린 것까지는 좋았는데, 하체가 부실해서인지 그만 뒤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유호성의 뒤쪽으로는 뚜껑이 열려있는 양변기가 달려 있었다. 그는 이미 바지를 벗은 상태였으므로 그의 알 궁뎅이는 미끄러지듯이 변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 오빠, 왜 멈췄어요?”
어느새 그녀의 입에서는 오빠라는 호칭이 새나오고 있었다. 그녀가 ‘오빠’를 찾을 때는 안타까움이 극에 달했다는 것.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상열지사에 돌입해야 마땅할 터였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다리를 앞으로 펴고 몸무게 46kg의 그녀를 번쩍 든 채로 앉은 자세에서는 도저히 다시 일어설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기내 양변기는 어찌 그리도 작은지 유호성의 알 궁뎅이는 맞춤한 것처럼 꼭 낀 상태였는데…
설상가상, 당황한 그녀가 실수로 물 내림 버튼을 누르자 물과 함께 압축공기가 강력히 빨려 들어가면서 변기 속을 진공상태로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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