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3회> 붉은 길, 푸르른 마음 41
‘한밤중에 요란스럽게 울리는 벨소리나 거칠게 두들기는 노크 소리는 곧 체포다. 그것은 바로 흙 묻은 장화로 용감하게 들이닥치는 오만무도한 비밀경찰 요원들의 침입을 뜻한다. 그것은 또한 두들겨맞은 민간인 증인이 겁에 질린 얼굴로 그들의 등 뒤에 서 있는 것을 뜻한다.’
노벨상 수상작가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그의 대표작 ‘수용소 군도’에서 체포되는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어쩌면 ‘북한으로 간다’는 상황부터가 ‘체포된다’는 상황처럼 무시무시하고 살벌한 분위기를 연상토록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만 다른 각도로 생각해보면 권도일은 지금 칙사 대접을 받고 있는 중인지도 몰랐다. 오만무도한 비밀경찰이 흙 묻은 장화를 신고 비행기 안으로 들이닥친다거나 혹은 누군가가 겁에 질린 얼굴로 그를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여길 수 있었다. 체포당해서 끌려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이었다.
“자, 그럼 저희는 그만 물러가겠습니다. 편히 다녀오십시오.”
“여기서 헤어지는 겁니까? 공항에 들어가지도 않고?”
“그렇습니다. 저 버스에 타시면 중국에 거주하는 보안요원 두 명이 전무님을 반갑게 맞을 겁니다.”
“서로가 얼굴도 모르지 않습니까?”
“저 안에서 전무님께 인사할 사람이 또 누가 있겠습니까? 아무쪼록 편안히 다녀오십시오. 북측에서 잘 대해줄 겁니다.”
공항 언저리 한적한 곳에서 내린 권도일은 황량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소형 프로펠러 전세기를 연결시킬 수 없기 때문인지 공항으로 통하는 연결 복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마침 굵어지는 빗발을 뚫고 바닥이 낮은 저상버스 한 대가 스르르 비행기 옆으로 다가오자 두 명의 보안요원이 악수부터 청했던 것이다. 모든 것이 각본대로 진행된다는 인상을 떨칠 수 없었다.
“잘해주겠지요? 저쪽에서?”
권도일은 손가락으로 북쪽을 가리키며 이렇게 물었고,
“그럼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보안요원들은 머리를 주억이며 대답했다. 비 오는 활주로에 혼자 버려졌다는 생각이 들었으므로 권도일은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전통적인 체포는 떨리는 손으로 끌려갈 준비를 하는 것을 뜻한다. 속옷을 갈아입고 비누 조각과 음식물을 준비하지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가져갈 수 있으며 또 어떻게 입어야 좋을지를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기관원들은 마구 빼앗으며 성화같이 재촉할 뿐이다. ‘아무것도 필요 없어! 거기서 다 먹여주고 재워준단 말이다.’
물론 ‘솔제니친’이 ‘수용소 군도’라는 책에서 밝힌 체포 순간이다. 물론 권도일은 체포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권도일의 심정이 꼭 그와 같았다는 말이다. 무엇이 필요하며 무엇을 가져가야 하는 것일까? 다 먹여주고 다 재워주겠지만….
“어서 오시오, 권 선생!”
바닥이 낮은 저상버스, 그 버스 안에는 운전사와 검은 안경을 낀 중국 보안요원 한 명이 타고 있었다. 먼저 인사를 건넨 쪽은 검은 안경이었는데… 억양이 높고 거친 듯한 옌볜 사투리였다.
“안녕하세요? 권도일입니다.”
“반갑습네다. 먼저 인사부터 올리지요. 저쪽은 25년간 운전 방면에만 힘써 온 조 선생이오. 그리고 나는 옌지(延吉)에서 두만강 바닥을 준설하는 박가요.”
중국 요원들은 스스럼없이 본인을 운전사, 혹은 준설개발자라고 소개했다.
meelee@heraldcorp.com
![4000만원 낼 세금을 1억 넘게 물다니…‘상속세 0원’이라도 꼭 신고해야 하는 이유 [이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news-p.v1.20260903.e72e37cbc9ac475abd6197c15b096a38_T1.png?type=h&h=240)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