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붉은 길, 푸르른 마음 (42)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운전기사와 선생이라… 권도일은 조심스럽기 짝이 없었다. 대충 낡은 옷을 걸치고 면도조차 하지 않은 부스스한 용모에, 소탈하게 직업을 밝히는 그들을 도저히 중국 측 보안요원으로 여기기 어려운 까닭이었다.
“운전사라고요? 그리고 준설 개발자?”
“그렇소, 운전수요. 적어도 운전방면에서는 나를 따라 올 사람이 없을 게요. 다가올 5개국 운전자 경주에서 선생과 붙어보고 싶지요.”
“5개국 운전자 경주라고요?”
“숨길 필요 없소. 선생은 그 일 때문에 조선으로 가는 거 아니오?”
“아, 5개국 관통 랠리… 그렇지요. 제 임무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는군요.”
“잘 되길 바랍네다. 저기 박 선생은 옌지 무산 인근에서 150리에 달하는 두만강 바닥을 파는 사람입네다. 단순히 하천 준설을 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강바닥 모래에 섞인 철광 성분을 따로 모아 정련하는 사업가라오.”
그랬구나… 권도일은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어쩌면 대선 주자가 미리 각본을 짜놓은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측 보안요원들은 권도일과 바라는 바가 같은 동료인 셈이었다. 이를테면 5개국 관통 랠리를 위한 팀워크라고나 할까? 기술을 지닌 드라이버와 그를 뒷받침 하는 스폰서라고나 할까?
“지난 번 몬떼깔로 운전자 경주에서 선생께서 높은 등수 안에 들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소. 경하해 마지않는 바이외다.”
“그 소식이 여기까지 전해졌습니까?”
“모를 리가 있소? 여긴 중국이오. 북한이 아닙네다. 하지만 북한에서도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소. 그래서 선생을 우리가 호위하는 게요.”
“북한에서도요?”
“북에서도 자동차 경주를 잘만 하면 돈을 긁어모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단 말이지요. 그러니 선생의 임무는 앞길이 밝소.”
“그렇군요.”
“북은 말이외다… 우리 중국에 두만강 바닥까지 팔아먹었는데… 두만강 바닥에 깔려있는 모래에는 시뻘건 철광석이 꽤 많이 섞여있기 때문에 중국 트럭들이 번호판을 가리고 싼허(三合)세관으로 몰래 드나든단 말이지요.”
“두만강 바닥을 준설하는 것과 5개국을 관통하는 자동차 경주대회를 여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돈!”
“돈?”
“그렇소, 돈을 벌 수 있는데 뭘 못하겠소? 게다가 북의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큰 사업인데 어째 외면하겠소? 북에서는 벌써부터 노동력을 우리 중국에 파견해서 시범 운용하고 있소이다. 지금 우리 중국인들 평균 임금이 2,000위안인데 그걸 차지하려는 북의 노력이 눈물겹소. 하물며 5개국 운전자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 북한을 종으로 가로지르는 길이라도 닦으려면…”
권도일은 한 마디라도 놓칠까 염려하며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중국 보안요원의 말은 싱싱하게 살아있는 정보였다. 대선주자는 바로 이런 상황을 노리고 이들과 권도일을 엮어놓았는지도 몰랐다. 북한을 가로질러 길을 닦는다는 말은… 어쩌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도 어느 정도 조율이 이루어졌음을 암시하는 말이기도 했다.
입국수속을 마친 권도일은 곧바로 중국 보안요원을 따라 공항 밖으로 나섰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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