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42회> 모든 길은 하나로! 1
북한의 서열 33위 당 간부 도형철은 평양 청춘거리에 있는 평양골프연습장에서 이제 막 한 시간째 연습을 하던 중이었다. 애초부터 자본주의 체육오락에 몰두하는 것이 탐탁지 않아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조심하던 중이라고나 할까?
“휘두름이 엄청 좋아지셨습네다.”
“고뢔?”
휘두름이란, 스윙을 뜻하는 북한식 표현이었는데… 곧 카자흐스탄으로 파견되어 경주운전교육을 받기로 되어 있는 공병 6사단장이 도형철의 스윙을 보며 감탄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한 시간 동안 도형철과 함께 골프연습을 했지만 도대체 작은 공알을 쇠채에 휘둘러 맞히기가 쉽지 않았던 터였다.
“그 미국 애들은 나무채 한 번, 쇠채 두 번, 모아서 세 번만에 공알을 정착지에 올려놓습데다. 그런 이후에 빳다 한 번으로 카부에 딸랑 집어넣는 걸 보면… 공알치기에 귀신이라고 봐야겠디요?”
이를 테면 ‘쓰리 온 원 퍼트’로 파를 하니 무척 부럽다는 뜻이었다.
“귀신은 그까이 것들이 무슨 귀신이가? 어서 가방이나 챙기라우. 평양골프장까지 가려면 서둘러야갔어.”
도형철은 약 6개월에 걸쳐 골프에 관한 기본교육 수강을 마치고 이제는 실기 연습 중이었다. 외화벌이를 염두에 둔 처사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당에서 계획하고 있는 종합레저단지 조성을 앞두고 실력자를 키워내기 위한 조치라고도 볼 수 있었다.
“30분이면 도착하갔디요.”
“그래도 누가 나타날지 모르지 않나? 서둘라우.”
조총련 사업가들의 투자금으로 만들어져서 1987년 김일성 주석의 75회 생일을 기념하여 개장된 평양골프장은 만경대학에서 3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태성호 기슭에 자리 잡고 있었으므로 이곳 청춘거리에서는 차로 달려 15분이면 도착할 거리였다. 평소 도형철은 약속시간을 빠듯하게 맞추어 출발한 연후에 차로 속도를 내어 달려가는 것이 취미였다.
“어! 좋아.”
이 한 마디… 운행하는 차량이 많지 않아 활주로처럼 열려 있는 포장도로를 그런 식으로 달리면서 그는 신음처럼 ‘어! 좋다’를 외치며 자신의 성공을 음미하곤 했다.
“어째서 득달맞게 공알치기를 연습하라고 하는 겁네까?”
“아마… 조만간에 큰일을 벌이지 안갔어?”
“내일 만나게 될 남쪽의 경주운전 선수도 본때 있게 휘두르갔지요?”
“그래봐야 별 수 있갔어? 빠에서 38개를 줄여 칠 재간이 있냐 말이오.”
도형철은 골프백을 승용차 트렁크에 실으며 흐뭇한 웃음을 만면에 지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너무도 행복하게 여겨진 까닭이었다. 평양골프장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골프대회 공식 홈페이지 코스 소개 설명 자료에는 지난 1987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무려 38언더 파를 기록했다고 소개되어 있다. 비록 38언더 파를 기록할 정도로 뛰어나게 공알치기를 잘할 수는 없었지만 승용차에 골프백을 싣고 평양거리를 달린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가슴이 뿌듯했던 것이다.
“그나저나, 내일 만날 남한 운전수는 이름이 뭐랬지?”
“도일, 권도일이라고 기억합네다.”
“몬떼깔로에서 입상 했다고?”
도형철은 조심스럽게 승용차의 시동을 걸며 이렇게 물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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