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추격자서 新경쟁자로
IT분야 중심 日 넘어서 자동차도 턱밑까지 추격 한국 성장에 놀란 日기업 제휴·투자요청등 잇따라
#1 지난달 10일 일본 도쿄시내에 있는 로손(LAWSON) 점포. 이곳에 한국의 대표적인 건강음료 정관장이 등장했다. 일본의 내로라하는 편의점 기업 로손의 1만여개 점포에 정관장이 진열된 것을 두고 일본 유통업계에는 ‘한국 음료가 일본 골목상권까지 장악했다’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일본 유통업계를 발칵 뒤집은 제품은 다름 아닌 ‘정관장 한방미인(50㎖)’. 한국을 찾는 일본 여성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정관장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가 급증하자 아예 정관장을 일본 본토에서 판매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것이다.
#2 굴지의 일본 기계제조업체 다이킨공업 인사담당 이사는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본사를 찾았다. 액정패널, 반도체 메모리 등에서 세계 1위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인재육성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직접 대한해협을 건넌 것이다.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 사이 오랜 기간 유지됐던 등식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한국 기업+ α= 일본 기업’이었다. 그러다 전자와 IT 분야를 중심으로 α 없이도 ‘한국 기업=일본 기업’으로 변하더니 지금은 ‘한국기업>일본기업’으로 전세가 역전되는 상황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극복의 대상이었던 일본이 되레 국내 기업에 제휴를 요청하고 있고, 심지어 일본에서는 국내 기업을 두려워하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여기에는 최근 한ㆍ일 기업 간 극명하게 엇갈린 명암이 크게 작용했다. 일본의 대표적 전자기업 소니는 최근 분기(2012년 4~6월) 손실 246억엔을 기록했다. 전년 분기보다 60%가까이 적자폭이 불어났다. 샤프 역시 1400억엔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고 5000명 감원 계획도 밝혔다. 파나소닉 또한 6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등 지난 몇년간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반면 삼성전자는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영업익 6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 같은 사실은 전자 간판 시장인 TV 분야에 반영됐다. 지난해 세계 TV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3.8%, 13.7%의 점유율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일본 TV강자 소니(10.6%), 파나소닉(7.8%), 샤프(6.9%)는 줄줄이 삼성, LG 등에 뒤처졌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본에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S3, 옵티머스 잇 등이 일본 휴대전화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세계 1위 휴대전화 제조사로 등극한 사이 일본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 명함조차 못 내미는 상황이 됐다.
일본이 자랑으로 내세우는 자동차 역시 세계 무대를 한국 기업에 내주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올 2분기 11.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5%에 그친 닛산과 도요타, 7%대의 혼다를 거뜬히 제쳤다. 특히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도요타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등 기술력으로도 현대차가 도요타 턱밑까지 추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자 일본 기업들이 한국 기업에 손을 벌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올 2분기까지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는 23억달러다. 이는 지난해 전체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는 한국에 납품하려는 일본 부품ㆍ소재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 실제 교토 소재 NEG는 LG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글라스 용광로 공정을 한국에 설치한다며 최근 3억달러 투자신고를 마쳤다. 일본 한 유수 펌프 제조업체는 한국 대기업 A 사가 중동에서 수주한 프로젝트에 자사 펌프를 납품하기 위해 최근까지 한국 본사를 수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특히 ‘일본도 한국을 배워야 한다. 나아가 한국을 극복해야 한다’는 공한(恐韓) 분위기까지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전자. 오오츠보 파나소닉 사장은 지난해 가전전시회 CES2011에서 “5년 만에 전시회에 참가했는데 삼성과 LG의 존재감이 커진 점이 가장 큰 변화”라며 “파나소닉 부스를 보는 것보다 삼성 부스에서 배울 점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밝혔다.
<정태일 기자> /killpass@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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