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7일 해외순방에 나서면서 올 들어 계속되고 있는 대통령의 ‘출장 트라우마(trauma)’가 계속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 들어 순방에 나서기만하면 돌발사건이 터져 청와대를 해외순방의 외교적 성과는 희석시키며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했기 때문이다.
먼저 지난 2월 중동순방 때는 김효재 당시 정무수석이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에 연루되 사의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순방 중 보고를 받은 뒤 귀국하자마자 사표를 수리했다.
5월 이 대통령은 중국과 아시아 순방길에 올랐는데, 이 때는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가 북한에 구금상태에 있었다.한중 정상회담 시점에서 왜 이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는지, 또 해결되지 않았는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김영환 씨는 풀려났지만 중국 측의 고문의혹이 일면서 일순간 한중관계가 긴장국면에 접어들기도 했다.
6월 중남미 순방때는 한일 군사정보협정 밀실추진 사건이 터졌다. 국무회의에서 한일 정보협정을 비공개안건으로 처리하려다 들통이 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협정체결은 무기 연기됐고, 반일 감정이 확산됐고 8월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 등으로 이어지며 한일관계는 수교이래 최악의 경색국면이 되고 말았다.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실세였던 김태효 대외전략기관도 이 일로 물어났다.
이처럼 순방 중 또는 순방직후 돌발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번 러시아 등 4개국 순방 중에도 어떤 사태가 벌어지지나 않을 지 청와대 주변에서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래서인지 통상 해외순방을 수행하는 외교안보수석도 이번엔 동행하지 않고, 여론동향 파악 및 대응을 책임진 홍보수석도 자리를 지킨다.
이번 순방을 전후해 청와대와 관련된 가장 민감한 사안은 내곡동 사저 특검의 수용여부다. 현재로서는 위헌소지때문에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아 순방 후 정치권과의 갈등 빌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의혹을 규명하자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결정적 하자가 있는 법안을 헌법을 수호해야할 대통령이 받아들이는 게 옳은 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내곡동 사저 의혹이 이 대통령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준 사건이고, 여야가 합의해 통과한 특검법안인데다 수사대상이 이 대통령의 직계가족이란 점 등을 감안할 때 거부권 행사가 이뤄질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현행법상 대통령은 21일까지 거부권행사 여부를 결정해야한다.
홍길용 기자/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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