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황유진 기자]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극복해야 할 과제를 하나씩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시각장애’라는 과제가 있을 뿐이죠. 누구나 꿈을 갖고 노력하면 뭐든 다 해낼 수 있습니다.”
박종혁(36) 국립암센터 암정책지원과장은 충북대 의대에 입학해 2002년 의사 면허를 취득했다. 멈추지 않는 학구열을 불태우며 서울대 보건학과 석사 과정을 거쳐 2009년엔 서울대 의학과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전공의 시절 만난 아내와 결혼을 하고 여섯 살 난 아들과 네 살 난 딸을 둔 행복한 가장이기도 하다. 이렇게 늘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 같지만 사실 박 과장은 3급 시각장애인이다.
명암을 구분하는 간상세포가 죽어 그는 밤이 되면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간다. 망막 색소 변색증으로 중심 시력만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상태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앞길을 묵묵히 걸어온 결과, 박 과장은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의사가 되겠다는 꿈은 확고했지만 시련도 많았다. 대입 수능시험 때는 언어 영역의 긴 지문 앞에서 좌절했다. 읽었던 문장의 다음 줄을 찾는 게 힘들어 문제를 다 풀지 못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 의대 진학에 성공했다. 의대 생활도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동료들이 쉽게 하는 채혈도 노력 없이는 불가능했다.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었어요. 누구나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그걸 자신이 갖고 있는 뛰어난 점으로 극복하면 된다는 사실이죠. 환자의 혈관을 눈으로 찾을 순 없었지만, 남보다 발달된 촉각으로 뛰는 맥을 찾아내 피를 뽑을 수 있었거든요.”
그는 요즘 ‘장애인의 건강 보호 및 보건에 관한 법률’을 만드는데 참여하며 ‘장애인 건강권’ 지킴이로 앞장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저와 비슷한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청년이 경제학을 좋아한다며 앞으로 ‘보건경제학’을 공부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럴 때 제가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았구나 생각해요. 비전을 가지고 도전을 하면 꼭 이뤄진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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