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참여연대 피해자 모집해 집단 소송 준비

포털사들, “함부로 개인정보 넘겨주지 않겠다” 다음주 중 가이드라인 발표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을 인터넷 올린 네티즌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경찰에 알려준 포털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추가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민사24부(부장 김상준)는 18일 차모(32) 씨가 네이버를 운영하는 엔에이치엔(NHN)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엔에이치엔은 5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차 씨는 2010년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김연아 선수의 어깨를 두드리자 김 선수가 이를 피하는 장면을 편집한 ‘회피 연아’ 동영상 사진을 자신이 가입한 카페에 올렸다가 유 전 장관으로부터 고소당해 경찰 수사를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엔에이치엔이 경찰 측에 자신의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넘겼다는 것을 알게 된 차 씨는 NHN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법령과 업무지침에 따라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이 위법하다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관련 법령(구 전기통신사업법 54조 3항)은 ‘전기통신사업자는 수사기관이 수사 등을 위해 개인정보를 요구하면 이에 응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구 전기통신사업법 54조 3항은 일반적인 수사협조 의무를 확인하고 있을 뿐이어서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 따라야 할 어떠한 의무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개인정보 제공에 관해 충분한 심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경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은 판결에 대해 “지난 8월 헌법재판소가 해당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을 각하한 취지와 일맥상통한다”며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것을 포털사의 책임으로 본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차 씨와 비슷한 피해를 입은 이들의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참여연대는 포털이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넘겨줘 피해를 입은 이들을 모아 조만간 집단 소송을 추진할 예정이다.

포털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NHN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요청에 대해 사업자가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영장주의에 입각한 보다 제한적이고 분명한 입법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인터넷기업협회에 가입한 포털사들이 협의해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협의해 왔고 이르면 다음주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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