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대선 국고보조금 152억원 포기할 수도 있다. 투표시간 연장안을 받아라’(박근혜 후보를 향해), ’"1대1 TV토론을 벌여 국민들에게 누가 단일후보로 적합한지 평가받자"(안철수 후보를 향해)

’신사’라는 별명이 붙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고비고비마다 상대의 허를 기습적으로 찌르는 ’승부수’를 띄워 그의 정치스타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치 계급장떼고 난국을 정면돌파해 ’정치 9단’이라는 평가를 받은 ‘노무현 식 승부’의 첫 장면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31일 새누리당의 ‘먹튀 방지법’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안철수 후보측은 ‘환영’ 입장을 내놨다. 진선미 대변인은 이날 “문 후보의 결단에 따라 후보 중도사퇴시 선거보조금 미지급 법안을 수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은 투표시간 연장 법안 통과와 대선 후보 사퇴시 국고보조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먹튀방지법’을 동시에 처리키로 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문 후보가 전격 수용 한 것이다.

문 후보 캠프 내부에선 두 법안의 성격이 다른데도 이를 함께 처리하자는 것은 ‘정략적 접근’이라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당의 전권을 가진 문 후보의 의사에 따라 새누리당의 제안을전격적으로 수용키로 한 것이다. 안 후보측 정연순 대변인은 “안 후보가 제안한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 문재인 후보가 결단하신 것에 대해서 존중한다”며 환영 입장을 내놨다.

문 후보의 ‘승부수’에 당황한 것은 오히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문 후보의 ‘수용’ 발표 이후 “두 사안을 맞교환하자는 것은 정략적 접근 아니냐”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공보단장의 발언과 정면배치되는 언급이다. 또 이날 박선규 새누리당 대변인은 공개 생방송 토론에서 ‘당의 입장’임을 밝히고 투표시간 연장 방안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 내부에서조차 의견 조율이 안된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

안 후보와의 단일화 측면에선 문 후보의 이번 결정은 “나는 사퇴를 안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배수의 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한차례 ‘문재인 펀드’로 사퇴 가능성이 없음을 밝힌 바 있는 문 후보가, ‘먹튀 방지법’을 수용함으로써 스스로의 퇴로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문 후보가 대선 후보직을 사퇴할 경우, 펀드 가입자는 투자비용을 고스란히 날려야 하고 민주당은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새누리당이 ‘먹튀방지법’을 문 후보가 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투표시간 연장 방안’과 함께 처리하자는 제안을 했을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문 캠프 고위관계자는 “아마 새누리당은 문 후보가 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던졌을 것이다. 이제와서 슬쩍 말을 바꾸는 것은 국민에 대한 사기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문 후보의 ‘승부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읽어내기도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직후 검찰 개혁 논란이 뜨겁자 ‘평검사와의 대화’를 했고, 집권 중반기엔 ‘대연정’ 제안으로, 집권 하반기엔 ‘개헌 제안’으로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을 ‘자중지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특히 개헌과 관련해선 한나라당은 당내 ‘찬성’ 입장 의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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