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창문도 못열고 장난감도 못사’

[베이징=박영서 특파원]지난 주말 베이징의 중심지인 왕푸징(王府井)을 가려고 택시를 탔다. 뒷 좌석에 앉아있다가 갑갑해 창문을 열려고 하니 창문 내리는 손잡이가 없다.

운전기사한테 물어보니 “당국의 지시로 뽑아버렸다”면서 “일부 승객이 체제를 비판하는 전단을 뿌릴 것을 우려해 취해진 조치”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그는 “톈안먼(天安門)광장이나 인민대회당 인근을 지나갈 때도 반드시 택시 문을 잠근 채 지나가도록 지시를 받았다”면서 “귀찮은 것이 많지만 습관이 되서 큰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18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8차 당대회)를 앞두고 이같은 황당하고 기이한 방식의 통제는 장난감 구입까지 뻗쳐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무선조종 비행기와 헬리콥터를 살려면 신분증 제시나 지역 경찰서의 사전허가가 필요하다.

베이징 시내 장난감 상점의 한 점원은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장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중국인들이 애완용으로 즐겨 기르는 새들 조차 당 대회 기간에는 새장 밖을 나가서는 안된다.

베이징 시내 각종 굴착공사도 사실상 중단됐고 페인트를 포함, 모든 가연성 유기 용제의 분사작업과 야간작업도 당 대회 기간에는 금지된다.이런 조치는 중장비와 인화성 물질의 시내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돌발사태에 이용되는 것을 막으려는 데 있다.

오는 8일 열리는 18차 당 대회를 앞두고 베이징 시내의 경계경비가 전례없는 삼엄하다. 베이징시 당국은 인근 허베이(河北)성과 톈진(天津)지역의 경찰까지 증원했고 140만명의 자원봉사자까지 동원해 치안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과 ‘치안순찰원’이라고 적힌 붉은 완장을 찬 자원봉사자들은 베이징 중심도로인 창안제(長安街) 등 대로변과 톈안먼 광장 등 주요 지역에 배치돼 보행자 검문검색 및 통제, 치안지원 등의 업무를 맡고있다.

게다가 시내 곳곳에는 특수경찰을 뜻하는 ‘터징(特警)’ 차량들이 군데군데 배치돼 위압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이같은 삼엄한 경비는 테러나 시위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지만 베이징에서 큰 정치적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항상 발생하는 ‘상팡(上訪)’을 방지하는 역할도 크다. 상팡이란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 상경해 직접 중앙에 이를 호소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반체제인사에 대한 탄압과 감시도 부쩍 강화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AI)는 지난 9월부터 지금까지 중국에서 구금되거나 자유가 제한된 반체제인사가 최소한 130명에 이른다면서 수십명의 인사는 가택연금되고 다른 수십명은 베이징 밖으로 쫓겨났다고 전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도 당국은 싫어한다. 베이징에선 사적인 모임은 물론 학술대회와 전시회, 공연까지 취소된 상태다.

당초 예상보다 한달 늦게 시작하는 18차 당 대회를 앞두고 갖가지 ‘스파르타(Sparta) 규정’이 동원되면서 베이징은 지금 기묘한 분위기에 싸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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