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7회> 사랑을 위한 의식 35
‘받아들일 수 있는 건 과감히 받아들이고 양보하는 자세…’
지금 평양 시내의 양각도 호텔 스위트룸에서 남남북녀 간의 합체를 이루고자 하는 유호성과 예원희의 심정이 더도 덜도 없이 그와 같더라는 말이다. 이를테면 무작정 지겟작대기를 세우고 덤벼드는 그를 위해서 그녀는 달달하기 그지없을 전희의 과정을 미련 없이 포기해버리고야 말았다는 뜻이다.
“세게, 더 세게 덤비라우요.”
예원희는 느닷없이 북한 사투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드디어 합체가 진행되는 순간이었으니 더 이상 교양 있는 체 하기 싫어졌다는 뜻일까? 하긴 지금부터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교양의 과시가 아니라 단지 과감한 요분질일 수도 있었다.
유호성이 밀어붙이는 힘이 어찌나 억세던지 침대모서리를 잡고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펄떡펄떡 심장이 요동칠 때마다 손바닥에 흥건히 땀이 돋아나서 도저히 맨손으로 침대모서리를 쥐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결국 무너지듯이 더블침대 위로 기어 올라가 엎어질 수밖에 없었다.
침대 위로 엎어지는 순간, 아직도 그녀의 머리통에 끼어있던 원피스 자락이 로마 장교의 망토처럼 잠시 허공에 펄럭였다. 그뿐인가? 허겁지겁 그녀를 따라 침대 위로 뛰어오르던 유호성의 발목부위에서도 바지자락이 펄럭였는데…
“어흐, 어흐!”
‘삐걱삐걱’
야수처럼 덤벼드는 그의 몸짓에 따라 그토록 고급스럽게 여겨지던 더블베드가 앞뒤로 밀리며 삐걱대기 시작했다.
달리는 자동차에서 멀미에 시달려 본 적이 있는가? 아래로 고꾸라지는 것 같다가도 이내 하늘로 솟구치기를 무릇 수백 번. 눈을 질끈 감아도 눈꺼풀 속이 노랗게 변하는 것 같고, 그래서 눈을 뜨면 자동차 지붕이 빙빙 돌고… 자제력이 약한 사람은 요실금 증세를 보이며 소변을 질금거리기도 하는 것처럼 예원희는 눈을 부릅떴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가, 질금질금 요실금 증세를 보이기도 하면서 점차 천국을 향해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날 죽이라우! 날레 죽이라우!”
삐걱삐걱, 출렁출렁, 덜컹덜컹 거리는 가운데에서 그녀는 이렇게 외치곤 했다. 하지만 멀미 증세에 이력이 붙어 은하철도 999에 몸을 실은 것처럼 나른해지기 시작하자 그녀의 외침은 점점 외마디 소리로 변해가고야 말았다.
“어윽, 어윽!”
모글 위를 초스피드로 달리는 랠리 카에서처럼 5단 기어로 올리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때마다 몸이 하늘로 솟구쳤다가 시트로 내동댕이쳐지길 수십 번. 어느덧 그녀의 외침소리는 목젖 사이를 들락날락하는 낮은 신음소리로 바뀌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이, 얼, 산, 쓰…”
삐걱대는 침대 소리에 맞추어 속으로 이렇게 구령을 외는 유호성의 이마에는 어느덧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고,
“엥, 데, 트루와, 꺄트르… 아인스, 츠바이, 트라이 휘어…”
그에 화답하는 의미에서 불어, 독어로 구령을 맞추던 예원희의 앙가슴에도 땀이 번지르르하게 번지기 시작했다.
“으치, 니, 산, 시… 일, 이, 삼, 사…”
도대체 몇 나라 국어로 구령을 외쳤는지… 하나부터 백까지 외기를 열 순배에 이르렀으니 어느덧 유호성은 폭발 직전에 이르러 있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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