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칠한 키에 훈훈한 외모까지 겸비한 유연석은 올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활약을 펼치고 있는 유망주다.
2003년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 아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올해 다수의 작품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올 상반기 ‘건축학개론’을 통해 일명 ‘강남오빠’로 수지를 유혹하더니 ‘무서운 이야기’에서는 연쇄 살인마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또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맛있는 인생’에서는 순애보 훈남으로 열연했으며 MBC 일일시트콤 ‘엄마가 뭐길래’에서는 무공해 청년 농부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그런 그가 흥행 주가를 달리고 있는 ‘늑대소년’(감독 조성희, 제작 영화사 비단길)에서 어긋난 사랑 방식으로 악행을 일삼게 되는 지태로 또 관객 앞에 나섰다.
최근 마주한 그는 연일 이어지는 시트콤 촬영에도 불구 피곤한 기색 없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해맑고 당찬 그는 나쁜 강남오빠도, 연쇄 살인마도 졸부도 아니었다. 그저 연기의 길을 꾸준히 걷는 열정적이고 젊은 배우였다.
그가 분한 지태는 단면적으로는 악인이지만, 사실 연민을 자아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시나리오 자체도 재밌었고, 감독님도 좋았다. 지태는 악역이지만 캐릭터가 확실했고, 제가 느낀 악역만의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알고보면 지태는 이유없는 악역이 아니다. 어머니의 부재로 모정을 느끼지 못한 채 자랐으며, 아버지를 굉장히 무서워하는 인물이다. 그는 조성희 감독과 함께 지태만의 숨겨진 이야기를 만들었다.
“지태의 모습에 많은 분들이 연민을 느끼셨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죠. 아버지의 잘못된 사랑 방식에 배우게 되고, 그런 와중에 유일하게 저에게 따뜻했던 순이에게 마음을 빼앗긴 거죠.”
사실 지태는 완벽한 악역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허술한 면모에 웃음이 터질 때도 있다. 사랑도 표현 방식도, 행동도 모든 것이 서투른 그가 순이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전을 겪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철부지가 하는 사랑방식이 잘못된 거죠. 그러다보니 서툰 면이 많이 있는 거고요. 알고보면 나름대로 순수한 친구에요.(웃음) 감독님 특유의 웃음 코드가 있더라고요. 그걸 지태에게 많이 투입시키신 것 같아요. 하지만 제 허술한 모습에 관객들은 콧방귀만 뀔 뿐이죠.”
극중 송중기와 박보영은 절절한 멜로를 그려낸다.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에 질투가 나지는 않았느냐고 물으니 그는 “당연히 질투가 나지 않겠냐”며 호탕하게 웃었다.
“막상 촬영을 할 때는 그다지 질투가 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부산영화제에서 야외 상영회를 할 때 두 사람의 연기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웃음) 거의 방청객 수준이었죠. 그런데 지태가 찬물을 끼얹으니까 관객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얄밉죠.”
‘늑대소년’ 철수는 순이를 만나 세상의 따뜻함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유연석에게 가장 따뜻한 시간은 언제였을까.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악착같이 살아서 막상 그런 생각을 못하고 지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제가 지방에서 살다가 고등학교 때 서울로 전학 왔거든요. 촌에서 온 애가 연기한다고 무시를 받기도 했죠. 그래서 전 더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살았어요. 보란 듯이 해내고 싶었거든요. 따뜻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그 분들이 제게 조금씩 베풀어 주실 때가 아닐까요? 비록 많은 분들은 아니지만 소수의 팬 분들이 저에게 애정을 가져주실 때,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그럴 때 ‘세상이 참 따뜻하구나’라는 걸 느끼죠.”
데뷔시기에 비해 유연석은 조금 천천히 걷고 있다. 달리 말하자면 아직은 ‘확 떠오른’ 전성기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유연석은 좀 더 친숙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조금 느리게 걷고 있을 뿐이다.
“조바심을 내지 않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요. 저도 제가 한방에 떴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아요. 그저 저는 차근차근 천천히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크게 슬럼프도 없었고요. 지금 이 정도로만 살아도 행복할 것 같아요. 특히 개인적인 사생활 측면에서도 좋고요. (웃음) 인기야 뭐 천천히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29살 청년 유연석. 다가오는 2013년, 그가 ‘서른 살’이 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미 군필자인데다가 여유로운 성격을 지닌 그는 별다른 걱정이 없어 보였다.
“시간 참 빠른 것 같아요. 어쨌든 2012년, 올 한해가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요. 이제 저도 곧 서른살이니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부담감도 느끼고 있죠. 사람들이 ‘남자는 서른부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약간은 기대를 하고 있어요(웃음) 아무래도 30대 때는 지금보다 더 빛을 발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 나이에 맞는 캐릭터로 대중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과욕 없이 지금까지 한 길만 고집한 유연석은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점점 유연석이라는 배우의 진가를 알게 되는 대중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2012년 누구보다 특별한 한 해를 보낸 그의 내년이, 그리고 먼 미래의 모습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 jwon04@ 사진 황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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