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과 협력의 갈림길 선 세계질서..‘투이불파(鬪而不破ㆍ다투면서도 관계 자체를 깨지는 않는다)’ 리더십이 필요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8일 오전 9시(현지시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 국가인 ‘인민의용군 행진곡’이 연주되는 가운데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차례로 입장했다. 당 서열 2위 우방궈의 개회선언을 신호로 중국의 제5세대 지도부를 선출하는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의 막이 올랐다.
주요 2개국(G2)으로 자리매김한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차기 권력자를 확정한 가운데 양국이 패권을 추구하는 동시에 공존을 모색하는 ‘뉴 차이메리카(New Chimerica)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존의 차이메리카 시대가 새로운 양강 간 냉전시대였다면, 뉴 차이메리카 시대에는 ‘대결 속 공존’이라는 키워드가 들어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끝난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일찌감치 재선 승리자로 확정됐고, 중국은 8일 열린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를 기점으로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을 향후 10년을 이끌 5세대 지도자로 선출한다.
중국은 대중(對中) 강경책을 천명한 롬니보다는 오바마의 당선을 반겼다. 오바마 재선 직후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중국은 중·미 양국민과 세계에 이익을 주는 쪽으로 미국 측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 대미 협력 모드를 취했다. 뉴 차이메리카 시대 도래 가능성의 일단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 양강 미국과 중국의 차기 리더십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어떤 형태로든 양국 관계의 재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향후 미·중 관계의 진로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앞으로도 ‘아시아·태평양 회귀’를 통해 중국 봉쇄 전략을 계속 추진할 것이 분명하다. 핵심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은 물론 인도 베트남 미얀마 몽골, 심지어 호주까지 포괄하는 ‘중국 포위망’을 구축해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위상을 공고히 하려 한다.
시진핑 역시 미국 견제의 길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력에 걸맞게 목소리를 높이면서 ‘대국굴기’ 노선을 구체화할 태세다. 지난 9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그가 보여준 모습은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 그는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댜오위다오 국유화는 웃기는 짓”이라고 발언했다.
미·중 양국 간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은 이 밖에도 산적해 있다. 무역 불균형, 위안화 환율, 지식재산권, 시리아 문제, 이란 핵, 북한 핵 등 현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갈등은 불가피하다. 나아가 ‘새로운 냉전시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칫 아·태 지역에서 미·중 간 패권다툼이 치열해져 세계 질서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쌍방 모두 파국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은 초강대국 미국과 대치하는 것이 중국의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중국은 미국 대선 과정에서 위안화 환율 문제가 집중 비판을 받자 위안화 가치절상을 용인하는 등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미국도 중국의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베이징 외교가는 시진핑의 대미 외교전략이 투이불파(鬪而不破ㆍ다투면서도 관계 자체를 깨지는 않는다) 원칙을 따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유소작위(有所作爲(역할을 해야 할 곳에서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 대해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하면서 동시에 핵심 이익에 대해서는 할 말을 하는 ‘강온 양면전략’을 펼칠 것으로 관측한다.
상대방을 적으로 대하면 결국 ‘진짜’ 적이 된다. 다행히 오바마와 시진핑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을 잘 알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춰왔다. 적이 아닌 친구로서 두 지도자는 이제 경쟁 속에서 협력을 모색하는 ‘상생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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