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복지포퓰리즘 등에 빚 급증 가계·기업·정부 부채 각각 1000조
기업 경영악화·내수부진·집값 하락…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속 ‘푸어족’ 양산
# 우리나라는 지난해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무역 1조달러 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올해 6월에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의 나라를 일컫는 ‘20-50 클럽’에 세계 일곱 번째로 진입했다. 무디스와 피치, S&P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 8월 이후 한국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상향조정했다. 이로써 한국은 3대 신용평가사 모두가 올해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한 유일한 국가가 됐다.
# 국가 경제의 3대 축인 정부(공공기관 포함)와 기업(30대 그룹), 가계 모두 1000조원 안팎의 부채 늪에서 신음하고 있다. 더군다나 정부는 경기부양과 복지확대의 필요성으로, 기업은 경영여건 악화와 인수ㆍ합병(M&A) 요인으로, 가계는 내수 부진과 부동산시장 침체 여파로 좀처럼 빚더미에서 헤어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재정 불균형의 골은 깊어지고 도산 위기의 기업들이 줄을 선 가운데 각종 ‘푸어(Poor)족’들이 양산되고 있다.
2년 연속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서며 선진국으로 가는 교두보를 마련한 한국 경제의 이면에는 이처럼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상환하기 어려운 주택 소유자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 못하는 한계기업들이 시시각각 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말 공식 발표한 깡통주택은 9만8000가구, 소득의 6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잠재적 위험가구’는 최소 56만9000가구에 이른다.
또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상장기업 중 한계기업의 비중은 2010년 말 14%에서 2011년 말 15%, 올해 6월 말 18%로 크게 증가했다.
그나마 튼실했던 정부 부문도 최근 폭증하는 복지 수요와 공공기관 부실화로 인해 빠른 속도로 빚을 쌓아가고 있으며, 대선주자들의 호기로운 선심성 공약(경제민주화ㆍ보편적 복지)이 차기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반영될 경우 그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와 기업, 정부 모두가 빚더미에 올라앉는 이른바 ‘깡통 공화국’의 경고음이 사회 전반에 울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경제 양극화가 확산되면서 가계 살림살이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빚 갚을 돈이 없으니 채무를 줄여 달라’며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건수가 올 들어 10월 말 현재 7만4686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04년 말 도입된 개인회생 신청이 한 해 7만건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대선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하우스푸어 대책과 채무탕감 등을 포함한 경제민주화ㆍ복지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성장엔진 없는 선심성 공약의 부메랑이 결국은 깡통 사회 고착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금융지주사 회장은 “경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대선주자들은 성장 비전 없이 경제민주화만 강조하는데, 이러다가 우리나라도 2만달러에서 다시 주저앉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때 중진국의 선두주자였거나 선진국의 문턱까지 이르렀다가 고비를 넘지 못한 나라들이 적지 않다.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이집트 이란 터키 멕시코 필리핀 등이 대표적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채의 해법이라는 것은 결국 장기적으로 소득 수준이 채무 수준을 넘어서는 방편을 찾는 것인데, 지금 정치권 논의는 표만 의식하는 단기처방전으로 솔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춘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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