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기자]대구에 사는 A(33ㆍ무직) 씨는 지난해 11월 말 자신의 준대형급 승용차를 경기 성남시에 사는 B(44ㆍ자영업) 씨에게 3000만원에 팔았다. 하지만 A 씨는 판매 당시 이 차량의 예비키를 B 씨에게 넘기지 않았다.
차량을 판매한 지 한 달이 지난 뒤 A 씨는 차량에 내장된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로 자신이 판매한 승용차의 위치를 알아냈다. GPS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과거 자신의 차량번호로 등록했던 아이디를 이용해 위치추적한 것.
A 씨는 인천 남구의 한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과거 자신의 차량을 예비키를 이용해 훔쳤다. 승용차 안에는 현금 360만원, 골프채, 시계 등 1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이 들어 있었다.
자동차의 GPS 위치추적 기능을 이용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8월 중순경 부산에서는 자신의 차에 GPS를 몰래 설치해 판매한 뒤 위치를 추적, 차를 훔친 C(26ㆍ무직) 씨가 검거됐다. 그는 자신의 차량을 3200만원에 판매한 지 이틀만에 위치를 추적해 미리 빼돌린 열쇠로 차를 훔쳤다.
서울에서는 6월 말 외제 스포츠카에 GPS를 설치해 상습적으로 차량을 훔쳐 온 D(29) 씨와 E(24) 씨가 구속됐다. 이들은 외제 스포츠카 동호회에서 활동하면서, 친분이 있는 회원들에게 스포츠카를 빌려 몰래 열쇠를 복제하고 차량에 GPS를 설치했다. 이어 빌린 차량을 돌려주고 며칠 뒤 위치를 파악해 차량을 훔치는 수법을 이용했다.
GPS 네비게이션을 제작하는 모 업체 관계자는 “요즘 내비게이션이나 블랙박스에 대부분 GPS가 부착돼 있다. 또 차량에 GPS가 있으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앱을 통해 차량의 위치를 쉽게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이 같은 수법의 범행이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구 달성경찰서 관계자는 “차량 GPS를 이용한 범죄가 최근 잇달아 발생했다. 중고차량을 구매할 때는 인터넷 상의 GPS 아이디를 삭제하거나 변경하는 등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경찰서 관계자 역시 “중고차를 판매하기 전에 미리 복제키를 만들어 놓거나 예비키를 빼돌리는 경우가 많다. 중고차를 구매한 뒤 차량의 키박스를 바꾸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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