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오문철(60)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의 부탁을 받고 불법대출에 명의를 빌려준 회사가 대출 전액을 덤터기 쓰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부장 서창원)는 W사가 보해저축은행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W사는 지난 2006년 오 전 대표로부터 ‘저축은행 영업을 위해 돈이 필요하니 명의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상호저축은행법상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는 금지돼 있기 때문에 이뤄진 불법적인 부탁이었다. 보해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있었던 W사는 이를 거절할 수 없었다. 결국 W사 명의로 45억원의 대출이 이뤄졌지만, W사는 그 빚이 어떻게 됐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오 전 대표의 말만 믿은 것이다.

그러다 지난 3월 보해저축은행이 파산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파산 업무를 맡고 있던 예금보험공사가 W사에 ‘만기가 됐으니 빚을 갚으라’는 통보를 해온 것이다. W사는 그제야 45억 대출이 아직 남아있었고, 2009년부터는 이자도 연체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W사는 ‘오 전 대표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라며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선의의 3자인 보해저축은행의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권자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직무를 행하게 된 파산관재인은 선의의 3자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45억 대출이 사기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로 예금보험공사에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오 전 대표의 행위가 적법하게 행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음에도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주의를 하지 않아, 원고를 굳이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법원에는 W사처럼 저축은행 불법대출에 명의를 빌려줬다가 빚을 떠안게 된 이들이 제기한 소송이 여러 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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