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달 12월이 오면, 뿌듯하다는 사람보다는 “벌써?” 하면서 아쉬워하는 이가 더 많다. 몸에 비해 마음이 앞서고, 기대치에 비해 여건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 출신 미국 심리학자 에릭슨(Erik H. Erikson)은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며 얻은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집대성해 인간 심리발달을 8단계로 나눴는데, 생애주기 마지막단계를 통합성(Integrity) 대 절망감(Despair)으로 표현했다. 장년기까지 이어진 생산적 활동을 끝낸 이후 시점이다.
마무리 시점이라 성취감 대 절망감으로 표현할 수 있었음에도, 성취감 대신 ‘통합성’을 거론한 점이 이채롭다. 에릭슨은 지나간 삶을 의미 있게 수용하면 성공한 삶으로 표현했다. 인생을 그대로 받아들여 자신의 유한성을 인정하면 심리적으로 만족스런 상태라고 했다. 반대로 세월의 짧음을 탓하고 다시 뭔가 해야 한다고 느끼는 부류를 ‘절망감’으로 표현했다. 황혼기 욕망은 절망과 동의어라는 뜻이다.
대설 동지가 낀 음력 11월, 방 아랫목에서 가을걷이를 계산하고 세금 품값 지불한 뒤 씨앗 거리를 남겨두도록 이르는 농가월령가도 욕심없는 12월을 강조한다. 예상치 못한 낮은 생산성 때문에 우거지 죽이라도 끓이면 다행이다 여기라 한다. 새 달력 펴놓고 나아질 내년을 꿈꾸며, 한겨울 베틀 소리와 어우러진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즐기라고도 당부한다.
2012년 12월에는 의미 둘 일이 또 있으니 ‘덤’이다. 대통령을 뽑는 일이다. 겨울 축제 중 하나다. 혹시 뿌듯함이 채워지지 않았거든 기부를 하라. 오만원짜리 한두 장에 큰 성취감을 느끼고 해질 녘 노을이 정말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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