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32회> 붉은 태양을 따라서 11
두 다리를 벌리고 선 아가씨의… 치마폭 밑으로 기어들어간 상태에서 동작 그만! 이라는 재벌2세의 명령에 따르자니 기가 막힐 뿐이었다. 여인네들의 갑사치마는 원래부터 반쯤 투명했던가? 치마폭이 살랑살랑 코끝을 간질이는 중에도 세상은 노을이 지는 순간처럼 붉게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유호성 대감은 어디 갔지?”
아차! 그렇군.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다던 유호성의 모습이 보이질 않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아까 주차장 입구에서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했습니다만.”
“그래, 맞아요. 잠시 용변을 보고 오겠다고 했지. 그런데 어째서 아직 나타나질 않고 있을까? 이봐요, 마담! 마담!”
에펠탑처럼 다리를 벌리고 서있는 아가씨의 치마폭을 슬쩍 들치고 밖을 내다보니 재벌2세는 다른 여인네의 치마폭 아래에 벌렁 누운 채로 소리쳐 마담을 부르는 중이었다.
“어쩐 일이십니까? 대감.”
마담은 이런 꼬락서니가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니 말꼬리가 간드러지지 않을 수 없었다.
“대감 한 명이 사라졌어. 주차장부터 화장실까지 뒤져봐요. 잘 생긴 젊은 대감을 찾으면 어서 모셔오라고.”
“대감 한 분이 또 계셨어요? 아까 두 분만 들어오시지 않았나요?”
“그러게 말이야… 내가 여인네들 분 냄새에 취해서 미처 챙기질 못했소.”
“에그머니나! 대감이 세 분이었단 말이지요?”
그동안 유호성은 과연 무슨 짓을 하고 있었을까? 요정 안에서 해괴한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그는 전화통을 붙잡고 소곤대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상대는? 다름 아닌 북한의 절세미녀 예원희였다.
“정말이라니까? 드디어 당신의 소원을 들어줄만한 기회를 잡았다고. 우리나라에서 막강한 힘을 지닌 재벌에게 내가 스카우트되었다고! 스카우트가 무슨 뜻인 줄은 알지? 재벌이 내 바지 자락을 잡고 바짝 매달린다는 뜻이야.”
유호성으로서는 며칠째 학수고대하던 순간이었다. 예원희와 평양 양각도 호텔 스위트룸에서 남남북녀 간의 합체를 이루던 날… 그녀는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든 전화통화를 시도하기로 약속한 바 있었다.
그녀는 당 간부 도형철의 도움을 받아 중국 여행허가를 받아낼 수 있었고 중국 땅, 토문으로 이어지는 국경다리를 건너자마자 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국제전화를 걸어온 것인데… 하필이면 그때가 재벌2세를 따라 메르세데스 벤츠 600을 타고 요정 주차장에 발을 내딛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는 말이다.
“정말 잘되었네요. 우리 둘이 이, 얼, 산, 쓰… 엥, 데, 트루와, 캬트르… 이렇게 2000번이나 외운 보람이 있어요.”
“그렇지? 신나지?”
사실 그 순간, 유호성은 감격에 겨워 눈물이라도 질질 흘리고픈 심정이었다. 다시는 볼 수 없고, 다시는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으리라 여겼던 에원희의 목소리를 생방송처럼 듣던 중이었으니 어찌 눈물 흘리기를 마다할까.
“역시 남한의 재벌도 인물을 제대로 알아보는 눈이 있군요. 이제 우리 왕자님은… 내가 부탁한 대로 자동차 속도경기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예원희의 목소리는 기쁨에 넘쳐있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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