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배우가 캐릭터에 빙의됐다는 말들을 하곤 한다. 배우와 캐릭터가 싱크로율이 높으면 좋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건 아니다. 드라마의 성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MBC 수목극 ‘보고싶다’는 배우가 캐릭터에 잘 스며들어야 하는 게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시청자들이 주인공인 한정우에 감정이 이입되게 하는 연기가 요구된다. 그 점에서 볼때 박유천(26)은 이미 한정우가 됐다. 시청자들은 한정우의 감성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드라마에 몰입된다.
어린 시절 첫사랑인 이수연(윤은혜 분)과 함께 납치됐다가 혼자만 풀려난 한정우는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의 상처를 안고살아가는 형사다. 그 상처는 계속해서 등장하는 회상신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된다.
당연히 감정 소비를 많이 해야 하는 배역이다. 박유천의 감정 연기는 이미 물이 올랐다. 몇 작품을 하지도 않은 연기자가 완급조절능력까지 갖췄다.
배우가 캐릭터에 지나치게 깊이 빠져들어가 오히려 감정의 한계치를 넘어선 연기가 시청자에게 불편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박유천의 연기는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아 물흐르듯이 넘어간다. 감정을 폭발시킬때와 감정을 절제할 때를 잘 아는 영리한 연기자다.
5일 방송된 9회에서 박유천이 윤은혜와 취조실에서 보여준 연기와, 박유천이 친엄마나 다름없이 모시는 송옥숙(수연의 친엄마)과 취조실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신 등은 박유천의 감정연기가 확실히 돋보인다.
윤은혜와 박유천은 취조실에서 마음의 대화를 나눈다. 이수연임을 지우고 조이로 살아가고 있는 윤은혜는 “내가 이수연이었다면 너부터 죽였어”라고 하고, 박유천은 “날 죽여도 당신이 이수연이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박유천의 이 대사에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사무치는 그리움, 지고지순의 순수함 등 수많은 감정이 응축돼 있다. 이런 감정들을 소화해내는 박유천의 연기력은 실로 놀랍다. 조이가 이수연임을 확신한 정우가 앞으로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어떤 선택과 결정을 내리게 될지도 기대된다.
박유천은 2010년 연기 데뷔작인 KBS ‘성균관 스캔들’ 때에도 연기가 별로 어색하지 않았다. ‘성스'와 2011년 MBC ‘미스 리플리’때는 주연이었지만 집단MC체제처럼 역할을 나눈 주연이거나 주조연이었다. 올해 SBS ‘옥탑방 왕세자’부터 원맨 MC체제, 즉 단독 주연을 맡았다.
‘성스'의 이선준을 연기할 때는 안정됐고, ‘옥세자'때는 1인 3역을 해도 무리가 없는 연기를 선보이며 변치않는 사랑의 메시지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 박유천의 연기 느는 속도가 그려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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