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셧다운제 등 규제 일변도에 업계 시름 … 시장 발전 이끄는 진취적 정책 필요
게임은 산업이다. 지극히 당연한 명제를 새삼스럽게 거론하는 이유는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나의 산업이 전체적인 방향과 분위기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정책이 미치는 영향력은 그 어떤 요인들보다 막대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게임 산업 역시 올 한해 다양한 정부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2012년 게임 관련 정책들의 주된 특징은 아쉽게도 규제 일변도였다.
가장 뜨거운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셧다운제를 비롯, 게임시간선택제, 오픈마켓 요금상한제 등이 연달아 시행되며 경기 침체에 시름하던 게임 산업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최근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도입,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까지 불러일으켰고 상식 이하의 논리를 보여준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게임물 평가기준안'은 많은 게임인들의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부정적 정책들만 존재했던 한 해는 아니었다. 작업장 규제를 골자로 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시행령 개정안과 게임물 심의 민간이양 등은 게임업계의 건정성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진행탓에 사실상 무의미한 정책으로 전락했으며 최근 게임물등급위원회는 게임물 심의의 민간이양은 시기상조라는 사실상 정책 수정 의지를 밝히는 상황까지 초래되고 말았다.
때문에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도 현실적이고 발전적인 게임 관련 정책들이 등장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현재 진행중인 과도한 규제 정책들의 수정, 보완도 필수적이라는 것이 게임인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연이은 규제에 움츠렸던 2012년]규제의 포문은 셧다운제가 열었다. 작년 5월 도입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신설된 셧다운제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이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즐기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정책이다. 수많은 시민단체와 업계 관계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시행, 올 1월부터는 본격적인 단속이 시행되고 있다.
또다른 셧다운제도 등장했다. 선택적 셧다운제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던 게임시간선택제는 만 18세 미만인 유저의 부모나 법정대리인이 원할 경우 특정 시간에 대상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정책으로 2012년 1월 22일 발효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7월1일부터적용, 이중규제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 2012년 게임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중복 규제였다. 규제 정책이 이어지며 산업 전반을 위축시켰다. 사진은 이중 규제 논란을 불렀던 '게임시간선택제'브리핑 모습
규제의 그림자는 모바일게임 시장에도 미쳤다. 역시 7월 1일부터 시행된 오픈마켓 요금상한제는 각 오픈마켓별로 월 10만 원에서 50만 원에 이르는 결제 상한 금액을 상정해 유저의 소비까지 정부가 규제하는 촌극을 낳았다. 문제는 이런 연이은 규제 정책들의 실효성이 전무했다는점이다.
지난 10월 26일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셧다운제가 청소년 게임 이용의 미치는 영향은 0.3%에 불과했다고 밝혔듯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허술한 정책성 탓에 오히려 게임 산업을 약화시키는 부작용만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규제에 시름하는 게임인들의 아픈 탄식이 공감되는 대목이다.
[지지부진 정책 진행에 업계 '실망']반면, 업계의 기대를 모았던 정부 정책들은 졸속 행정의 전형을 보이며 게임인들을 실망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작업장 근절안과 게임물 심의 민간 이양이다. 작업장 근절안으로 불리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사업적 목적으로 아이템, 게임 머니 등을 거래하는 작업장을 적극적으로 규제하는 것이다.
음성적으로 행해지는 아이템 거래가 게임 산업에 주된 악재로 지적돼왔던 만큼 건전한 게임 문화 정책을 위한 긍정적 정책이라는 평가가 우세했었다. 하지만 작업장 근절안은 세부 지침 마련에 더딘 행보를 보이다가 결국 반기매출 1,200만원 이상의 기업형 작업장만 단속하고 나머지는 사법부 몫으로 넘기는 방향으로 조정됐다.
▲ 올바른 정책을 유도할 게임업계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높다. 사진은 올해 진행된 '나는 게임이다'공청회 장면
게다가 아이템 거래의 온상으로 불리는 중개사이트를 제재할 구체적인 방안조차 마련하지 못해 유명무실한 정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게임 업계의 자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었던 게임물 심의 민간 이양은 지금도 파행중이다.
성인용을 제외한 온라인게임물의 심의를 민간에 넘기기 위한 이 정책은 올해 7월부터 담당기관을 공모했지만 허술한 준비탓에 지금까지 적임기관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결국 게임물등급위원회를 해체하고 게임물 심의 민간 이양을 앞당기는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대로라면 민간 이양은 고사하고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존속까지 위태로울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정책 파행은 결국 정부가 보여주기식 정책을 선호했다는 증거"라며 "오히려 혼란만 야기해 업계의 실망감이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규제 줄이고 현실 반영한 정책 절실]일각에서는 이런 규제 정책의 등장과 정책 파행의 부작용이 게임 업계 스스로 초래한 악재라고 지적한다. 눈치보기에 급급해 게임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며 일방적인 정책 수립을 야기했다는 주장이다. 셧다운제 뿐 아니라 최근 시행된 아동청소년에 성보호에 대한 법률이 게임에 영향을 미치려할 때, 그리고 대선 쟁점으로도 떠오른 모바일셧다운제 적용이라는 심각한 문제앞에서도 단호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를 대변한 정치적 인물의 탄생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2012년을 되돌아본 게임인들이 바람은 단순하다. 규제를 줄이고 현실성을 반영해 게임 산업의 부흥을 견인할 올바른 정책이 수립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객관적인 정부의 자세가 필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게임 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가감없이 알릴 수 있는 게임업계의 공통된 소통창구가 마련돼야 한다.
그릇된 정책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결국 정책이라는 건 정책수립자와 정책대상자가 공동의 책임과 의무를 지니는 양방향적 제도이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많은 게임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떤 후보가 영광스러운 승리를 안게 될지는 모르지만 게임 산업의 발전을 이끌 진취적인 토대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정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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