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지희 기자]미국 공화당이 부자 증세 수정안인 '플랜B'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하자 20일 하원에서 표결 처리하는 초강수로 맞섰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날 오후 하원에서 자신이 내놓은 플랜B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15대 반대 209표로 가결 시켰다. 아울러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에 제출한 기존의 연소득 25만달러 이상 가구에 대한 증세 법안도 당초공화당이 공언한대로 부결 처리했다.

베이너 의장은 지난주말 기존의 부자 증세 반대 입장에서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 가구에 대한 증세를 허용하는 이른바 플랜 B를 제시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19일 이를 공식 거부하자 하원에서 표결을 강행하기로 했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플랜 B를 가결해서 상원에 넘기면 상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이법안을 이달말 재정절벽 시한까지 그냥 통과시키든지 공화당과 타협에 나서든지 택일하라는 압박 전략이다.

베이너 의장은 표결에 앞서 기자들에게 “오늘 이후로 상원 민주당과 백악관은 (하원에서 가결될)이 법안을 처리해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공화당의 에릭 캔터 하원 원내 대표도 “오바마 대통령이 적절한 수정안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표결은 나라를 위한 최상의 선택이며, 상원 민주당은 즉시 이법안에 행동을 취하라” 주문했다.

공화당이 표결 강수를 두면서 21일부터 하와이로 겨울 휴가를 보내기로한 오바마 대통령은 예정대로 휴가를 떠나기 어렵게 됐다. 민주당 상원의원들도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떠나는 발길이 무겁게 됐다. 이에 민주당 측은 공화당의 강공에 맞서 법안 무시와 크리스마스 휴가를 일정대로 보내고 27일에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전략으로 맞섰다.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공화당이 이런 무의미한 정치 스턴트 쇼에 지난 일주일을 낭비했다”고 비난하며 “이 법안이 통과돼 상원으로 넘어오더라도 무시하겠다”고 밝혔다. 리드 대표는 “이 법안이 ‘도착 시 이미 사망(DOA·Dead On Arrival)’ 판정을 받을 것”이라면서 “법안을 처리하거나 (공화당이 노리는) 개정안을 내놓을 계획도 없다”고 일축했다. 또 크리스마스 휴가 이후인 27일에나 상원에 의원들이 복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측이 표결 강행과 법안 무시 방침으로 맞서면서 재정절벽 협상은 금융시장의 예상대로 27일부터 철야 협상을 거쳐 31일에 극적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공화당이 먼저 하원 표결 카드를 꺼내들면서 27일부터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상원에서 수정안 가결, 하원에서 또 다시 수정안 가결이라는 복잡한 절차를 밟을 수 밖에 없게됐다.

고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