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지난 여름 방영된 MBC 수목극 ‘아이두 아이두’는 김선아가 정공법으로 일과 사랑을 동시에 성취하는 로맨틱 코미디였다. 이 드라마가 확실하게 부각되지 못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다. 그 이유중 하나로 ‘추적자’와 ‘유령’ 같은 살벌한 드라마가 동시에 방영됐다는 사실이 거론될만하다.

능력있는 캔디가 열심히 일해 직장에서도 성공하고 잘 생긴 남자와도 결혼하는, 어쩌면 ‘사적인 멜로'는 시청자의 시선을 단번에 빨아들인 두 개의 범죄수사물에 비하면 너무나 한가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

억울하게 딸을 잃은 한 형사의 눈물겨운 복수극인 ‘추적자’와 사이버 세계의 섬뜩한 이면과 가려진 진실을 찾아나서는 IT범죄수사물인 ‘유령’을 보다보면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데서 분노와 짜증이 밀려온다. 이 분노가 이들 드라마에 몰입하게 하는 동력이다. 그래서인지 ‘추적자'나 ‘유령'처럼 사회적 의제를 담은 드라마에서는 멜로를 거의 집어넣지 않는다.

그런데 ‘보고싶다'는 멜로와 사회적 의제, 이 두 가지가 함께 엮여있는 특이한 드라마다. 청소년 성폭행이라는 과거의 상처를 안고있는 여성 이수연(윤은혜)과 그 여성을 지켜주지 못한 한 남자 한정우(박유천)의 기억과 상처, 증오,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이런 참혹한 일을 경험한 사람들이 어떻게 상처를 견뎌내며 서로의 관계를 복원할 것인지에 시청자의 시선이 쏠려있다.

여기에는 두 사람의 상처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피해자들의 절절한 고통과 그 가족들의 비정상적인 삶도 함께 보여줘 성폭행의 폐해를 절감하게 한다. 딸(최보라)이 성폭행을 당한 엄마(김미경)는 형사인 정우에게 자신이 범인을 죽였다고 밝힌다. “그런 놈은 가둬놓고 풀어주지를 말아야지. 보라 죽인 놈은 살아있지. 그런 놈은 왜 살려줘. 내가 (수연을 성폭행한) 강상득을 죽여줬으니까, 너가 한달 후에 나오는 그 놈을 죽여줘.” 이 말은 자식이 성폭행을 당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만 정상인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이에 대해 정우는 “복수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지가 한 짓 때문에 보라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줌마 앞에 무릎 꿇고 빌게 만들거야. 그래서 살렸어. 강상득은 수연과 나를 납치 사주한 놈들을 알고 있었어. 내가 14년동안 참고 기다린 이유야. 그런데 아줌마가 한 순간간에 이를 없애버렸어”라고 말한다. 14년만에 딸을 찾고도 그 딸이 아픈 과거로 돌아가지 않게 하기 위해 엄마임을 부정하는 김명희(송옥숙)도 결코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안고있다.

14년전 사건으로 인해 수연은 본래의 이름을 버리고 조이로 살아가며 같은 처지의 해리(유승호)와 서로 연민인지 사랑인지 구분하기 힘든 감정을 안고 살아왔다. 수연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집을 나와 그 범인을 잡기 위해 형사가 된 정우는 재회한 수연을 두고 정우와 삼각관계에 빠져 혼란과 갈등을 빚는다.

멜로가 이런 끔찍한 사회적인 의제를 풀어나가는 범죄추리물을 결부시킨 것은 때로는 불편한 줄 알면서도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러면서 이 드라마는 강상득을 살해한 범인을 찾아나서는 장르적 미스터리 구조와 상처와 그리움 속에서 다시 시작되는 멜로 구조 양쪽을 다 살리고 있다. 수연이 14년동안 범인을 찾아다닌 정우의 심정을 조금씩 이해하며 “당신도 많이 아팠구나”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상처입은 사랑의 치유 가능성을 보여주며 뭉클함을 안겨준다.

청소년이 성폭행 당하는 심각성을 고발한 도가니류 이야기가 멜로와 섞이는 건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면서 드라마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사적 멜로가 사회적 멜로로 바꿔지면서 상처와 부조리가 드러날 수밖에 없지만 우리가 직면해야할 아픔이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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