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 흥행 질주는 이 영화 속 주요 공간이 되는 KTX급의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개봉 첫 주 5일 간 가뿐하게 5백만 관객을 뛰어넘은 이 영화의 천만 관객 확보는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는데다 1600개가 넘는 스크린수와 9000회를 훌쩍 넘긴 상영횟수가 한 몫을 차지한다. 하지만 제 아무리 스크린수를 넓힌다 해도 관객의 호응이 없다면 이런 기록은 세워지기 어렵다. 중요한 건 ‘부산행’이 우리네 대중들의 어떤 정서를 건드리고 있는가 하는 점일 게다.
알다시피 ‘부산행’은 지금껏 잘 시도되지 않았던 한국형 좀비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좀비들은 우리가 여타의 해외 좀비 장르에서 봤던 모습과는 차이가 보인다. CG로 좀비 스펙터클을 보여줬던 ‘월드워Z’와 비교해보면 ‘부산행’은 규모로서는 그것보다 작아도 엑스트라들이 직접 연습을 통해 온 몸을 던져 보여주는 좀비 액션이라는 점에서 훨씬 실감을 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산행’의 좀비를 달리 보게 만드는 건 그 다이내믹한 동작들이다. 그리고 그 집단으로 우 몰려다니고 쏠리는 좀비들의 모습이 연상시키는 우리네 사회의 모습들이 여기에 중첩된다. ‘부산행’은 좀비물을 표방하지만 어딘지 우리네 영화들이 그토록 많이 시도했고 그 때마다 괜찮은 성과들을 냈던 ‘재난영화’처럼 보인다. ‘해운대’와 ‘괴물’이 천만 관객을 훌쩍 넘긴 바 있고, 4백5십만 관객의 ‘연가시’나 3백만 관객의 ‘감기’도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었다. ‘부산행’은 한국형 재난영화라면 늘 나오기 마련인 클리셰들을 담고 있다. ‘무능한 정부’가 나오고, 그 콘트롤 타워 부재나 인간의 이기심 같은 것이 재난 그 자체보다 더 무섭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산행’은 우리네 사회의 속도를 대변하는 듯한 KTX에 동승한 사람들이 갑자기 출몰한 좀비들과 싸우지만 사실은 같이 살아남은 사람들끼리의 쟁투가 더 심각한 사태를 보여주는 영화다. 이 정도만 얘기해도 우리는 저 ‘괴물’의 일가족이 괴물 그 자체보다 더 힘겹게 싸워야 했던 무능한 공권력을 떠올리고, ‘감기’에서 우리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종합운동장에서 은밀히 살처분되는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90년대 연달아 터져 나온 무수한 재난들, 이를테면 삼풍백화점 붕괴부터 성수대교 붕괴, 2000년대 들어 벌어진 대구 지하철참사, 그리고 최근 벌어진 세월호 참사까지 이어지는 부끄러운 ‘재난 공화국’의 일그러진 얼굴이 떠오른다. 많은 국가적 참사들이 벌어졌지만 그 때마다 우리를 더욱 참담하게 만든 건 그 참사에 대처하는 콘트롤 타워 부재를 바라봐야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명확한 진상규명 없이 마치 KTX 지나가듯 덮여지는 사안들과 그래서 또 벌어지는 참사의 연속까지.
‘부산행’의 초고속 성공은 그래서 일정부분 이러한 우리네 현실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미 대중들의 마음 속 깊숙이 트라우마로 자리하고 있는 충격과 공포 나아가 죄책감 같은 것들이 그래서 ‘부산행’ 같은 재난영화를 보는 대중들의 마음속에서는 다시금 피어오른다. 마치 씻김굿이라도 하듯 영화를 통해 마음속의 응어리를 털어 내거나 객관화하겠다는 몸부림. 참사공화국에 빚지고 있는 그 많은 재난영화들의 성공. 그 성공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래서 씁쓸할 수밖에 없다.
wp@heraldcorp.com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